"거세지고 있는 대외 불확실성은 민관과 여야가 맞들어도 대응이 버겁습니다. 야당은 지금이라도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단독 감액안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협상에 임해주길 촉구합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야당 단독 감액안 관련 정부 입장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최 부총리 외에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이 자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중대한 타격을 받을 부처의 수장들이다. 이들은 국민의 민생 경제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야 합의에 기반한 예산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부총리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야당의 단독 감액안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 경제의 리스크 심화다. 미국 신정부 출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감액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내외 악재에 대응할 정부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예산 등 정책 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준 해외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며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과 기업에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시기를 놓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야당이 감액한 예산은 4조1,000억 원으로 이 중 예비비는 2조4,000억 원에 이른다. 긴급한 산업·통상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예비비 투입이 어려워 적시 대응이 어려워진다는 게 정부 측 논리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고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개발에 한 해 동안 총 2조7,000억 원의 예비비를 썼다며 구체적 예시도 들었다. 최 부총리는 "혁신성장펀드 등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예산을 삭감하고, 출연연구기관과 기초연구·양자·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연구개발(R&D)도 815억 원이나 감액했다"고 우려했다.
민생과 지역경제를 위한 정부의 지원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생 근로장학금이나 저소득 아동의 자산 형성 같은 사회 이동성 개선을 위한 사업 예산도 삭감됐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3년간 1.5배 증가한 마약 범죄나 5배 증가한 딥페이크 범죄 등 기밀이 필요한 수사 경비도 전액 삭감돼 범죄 대응의 차질을 걱정했다.
이상민 장관은 "1억 원 정도가 편성된 경찰국의 기본경비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전액 삭감됐다"며 "경찰이 민생침해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국민 안전을 지키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발생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규홍 장관은 "복지부 예산은 정부안 예산 대비 1,655억 원이 축소돼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상진료체계 유지 예산과 응급실 미수용 문제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체계 강화 예산 등이 반영되지 않아 의료 공백에 따른 국민 불편과 어려움이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