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가 농업용 저수지를 국가정원으로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족한 면적을 채우려 180억 원이 넘는 혈세가 들어가자 예산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을 수 차례 제기한 시의회가 이에 제동을 걸 태세다.
아산시는 지난달 29일 시청 상황실에서 '신정호 국가정원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었다고 2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시는 신정호를 중부권 최고의 여가 힐링 국가정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신정호는 1920년대에 일제가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다. 면적은 23만9,000㎡(약 7만 2,600평)가량으로 지금은 주민들이 산책하는 공원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원조경 전문가들은 "신정호 일대을 국가정원으로 승격하기에는 규모가 작고 자격도 미달"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행 규정을 보면, 국가정원 승격을 위해서는 정원 면적이 30만㎡이상이어냐 하나, 신정호 일대 면적은 23만㎡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산시는 부족한 면적을 채우기 위해 신정호 인근 남산근린공원을 정원 면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까지 정원 조성비 명목으로 집행한 예산 255억 원 중 186억 원을 모자란 면적을 채우기 위한 부지 매입비로 사용했다. 시는 예술과 물, 빛, 생태, 시민을 주제로 한 테마공원 조성에 나머지 70억 원을 썼다.
이를 시의회와 전문가 모두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김미성 아산시의은 "규모가 작고 테마도 엉성한데 억지로 추진한다"며 "터무니 없는 발상으로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아산시의 전략이 과연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국가정원은 울산 태화강(83만5,452㎡)과 순천만(111만2,000㎡) 등 두 곳이다. 신정호보다 면적이 4배 가까이 넓은 태화강의 경우 1급수 하천을 중심으로 대나무 숲과 억새 군락지 등 30개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순천만은 습지와 세계 정원과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남 소재 A대학 조경학과 K교수는 "신정호의 규모나 아이템 등 국가정원 자격 미달인 데, 과도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 차례 이 같은 지적이 나왔음에도 아산시가 신정호 국가정원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는 게 시의회 등의 주장이다.
이에 아산시 관계자는 "(현재 신정호가)국가정원 규모로는 작지만 근린공원을 편입시키고 수질도 개선하는 노력을 한다면 국가정원 승격도 가능하다"고 추진 의지를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