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승인된다면 러시아에 점령 당한 영토를 즉각 수복하지 못하더라도 휴전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이날 영국 방송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대가로 현 전선을 동결'하는 휴전안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멈추고 싶다면 우리 통제 아래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토의 보호 아래 둬야 한다"며 "빨리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면 우크라이나 점령지는 우크라이나가 외교적 방법으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전쟁의 과열 국면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도 덧붙였다. 스카이뉴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점령한 상태로 휴전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개전 이후 처음으로 전향적 의사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이 조속히 성사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나토 회원국들에 내달 3∼4일 열리는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절차의 첫 단계인 '가입 초청'을 지지하는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에 원론적으론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러시아와의 갈등 격화를 우려해 가입 초청 등 실질적인 조치에는 미온적인 상태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요청에 힘을 쏟는 데에는 현재 전력으로 당장 전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뒤 자국 영토의 20%를 러시아에 점령당한 상태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으로 전격 진입해 일부 영토를 점령했지만, 러시아 측의 거센 반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