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단순히 새로운 IT기술로만 보면 안 됩니다. AI를 왜 쓰는지, 그 사용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고민하십시오. AI를 잘 쓴다는 건 질문을 잘 한다는 것이고 질문을 잘 하려면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갖춰야 합니다.”
경북 포항공과대학교(이하 포스텍)가 국내·외 굴지의 IT기업 전문가 10명을 초청해 개최한 ‘미래탐험포럼’에서 강연자인 오순영(47)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은 AI를 줄곧 신입사원에 비유했다. 그는 “AI를 활용하는 것은 신입사원을 채용해 기업 문화를 가르치고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과정과 같다”며 “AI 시대 갖춰야 할 역량은 기술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의 본질에 집중하는 전문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포스텍 내 벤처타운인 포항시 남구 지곡동 체인지업그라운드 이벤트홀에서 열린 이 포럼에는 오 의장을 비롯해 장동선(44) 뇌과학 박사, 하정우(47) 네이버클라우드 AI센터장, 김준환(45)전 서울 아산병원 교수(내과전문의) 등 국내·외 최정상의 IT 기업 전문가 10명이 초청돼 산업분야별로 최신기술을 소개했다. 행사는 오전 9시 4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12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유명 인사들을 강연자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탓에 200석의 자리가 부족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포스텍 학생들은 물론 미래산업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까지 두루 행사장을 찾았다.
포럼은 장 박사가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미래를 탐험해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펼친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9명의 연사가 분야별로 기업과 현장에서 경험하고 분석한 최신 미래기술 동향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부터 개인의 건강과 의료기기 등을 다루는 디지털 헬스케어, 가상현실, AI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가 다뤄졌다.
전문가 10명의 릴레이 강연이 끝난 뒤에는 워크숍 형태로 사전 신청한 포스텍 학생 100명이 20명씩 5개 그룹으로 나눠 전문가 2명과 산업 분야별로 강의를 듣고 토의하는 워크숍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는 변화하는 미래 산업 기술에 필요한 진로 설계와 역량 개발 방안을 묻는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어 오후 6시부터 9시 30분까지 연사들과 학생들이 포항지역 특산물인 과메기를 먹으며 자유롭게 토론하는 심층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강연을 들은 정지훈(20·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2학년)씨는 "예전에는 군사력 위주로, 국가 경쟁력이 정해졌다면 지금은 에너지와 자원 확보하는 축으로 바뀔 것이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며 "미래의 도구가 될 AI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포럼을 주최한 포스텍 미래지성아카데미의 우정아 원장(인문사회학부장)은 “포스텍이 비수도권 대학이라는 이유로 최신 기술 동향을 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초청해 행사를 열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성근 포스텍 총장은 "이번 포럼처럼 학생들이 미래 기술과 사회 변화를 접할 수 있는 행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포스텍은 매년 1회씩 이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