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는 왜 거침없나...①소송 전망 ②위약금 ③'뉴진스' 상표권으로 본 계약해지 통보 사태
그룹 뉴진스가 28일 한밤의 기자회견을 열어 소속사 어도어에 일방적으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우리 같은 사례는 없었다”고 스스로 말했을 만큼 초유의 일이다. 하이브가 최대주주인 어도어와 결별하기 위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정도의 대응을 예상했던 업계는 당혹스러워했다. 어도어는 “우리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전속계약은 기존 서류대로 2029년 7월 31일까지 유효하다”며 방어적인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어도어가 계약을 위반해 전속계약 효력이 정지됐으니 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필요도, 위약금을 낼 필요도 없다고 뉴진스는 주장한다. 어도어 소유인 뉴진스 상표권도 "뉴진스라는 이름을 포기할 마음이 없다"면서 "5명이 처음 만난 날부터 이뤄온 모든 의미가 담겨 있는 이름이니 이름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어도어의 소송 제기 이후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뉴진스의 미래와 가요업계의 생태계 변화 여부가 달린 이번 사태의 쟁점을 정리했다. 뉴진스가 먼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 법원이 결론을 내릴 때까지 활동이 제한되지만, 어도어가 소송을 내면 법적 공방이 진행되는 동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처분 신청 대신 계약해지 통보를 택했다는 해석이 있다. 뉴진스는 28일 기자회견에서 "29일부터 어도어 소속이 아니므로 앞으로 자유롭게 일할 것"이라고 했다. '가수가 키워 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 통보를 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 법조계 다수 의견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새올법률사무소의 이현곤 변호사는 “갑을관계에서 을이 먼저 통지하는 것이 흔치 않을 뿐 갑만 계약 해지 통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존재의 노종언 변호사도 “계약 해지를 통보한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소송 결과에 따라 통보 시점부터 소급해 적용한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는다는 건 (어도어가 낼 가능성이 있는 전속계약 확인) 소송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들이 어도어에 보낸 내용증명의 답변 기한인 28일 자정이 채 지나기도 전에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에 대해 전속계약 유지 여부를 곧바로 불확실하게 만들어서 어도어가 광고 계약이나 방송 출연 등 뉴진스와 관련한 권한 행사를 못하게 막으려 한 것일 수도 있다고 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의 전속계약은 해지 사유가 있을 때만 해지 가능하다. 법조계의 견해는 엇갈린다. 노종언 변호사는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신뢰관계가 파탄된 경우라면 계약해지를 인정한다”며 “지금까지 나온 것만 보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뉴진스는 어도어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노 변호사는 하이브 내부 문건의 “뉴 버리고 새판 짠다”는 문구가 뉴진스를 버린다는 뜻이라면 “아티스트 보호 의무를 정면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기에 충분한 귀책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곤 변호사 역시 “신뢰관계가 파괴된 상태여서 이미 해지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어도어의 계약 위반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법무법인 필의 고상록 변호사는 “뉴진스가 요구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복귀, 멤버 하니를 무시한 데 대한 사과 등 6가지 시정 사항이 해지 사유가 될 수 있을지, 각 사항에 대해 (어도어의 책임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면서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어도어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입증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조광희 변호사는 “수입정산 문제처럼 뚜렷하게 입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신뢰관계 파탄이라는 건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떤 맥락과 과정에서 어떻게 벌어졌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뉴진스는 “어도어가 계약을 위반해 전속계약 효력이 정지됐으니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들은 계약해지 사유가 어도어에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뉴진스에게 계약 위반 책임이 있다고 해도 4,000억~6,000억 원 규모로 알려진 위약금을 반드시 모두 내야 하는 건 아니다. 조광희 변호사는 “재판에서 위약금이 과다하다고 판단되면 감량해준다”고 말했다. 그룹명은 계약서에 별다른 조항이 없는 한 소속사의 소유여서 뉴진스가 어도어를 나가면 사용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고상록 변호사는 “계약서에 뉴진스가 그룹 이름을 소유할 수 있는 조항이 있지 않다면 100% 승소하더라도 상표권을 가져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어도어는 향후 대응에 대해 말을 아꼈다. 업계에선 뉴진스의 움직임에 따라 어도어의 대처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 K팝 기획사 관계자는 “어도어는 전속계약 확인 소송을 하거나 뉴진스가 어도어를 거치지 않고 수익 활동을 한다면 그에 대해 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가 민 전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했던 만큼 그가 뉴진스의 계약 해지에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입증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뉴진스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전속계약 해지와 관련해) 민 전 대표와 이야기하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민 전 대표가 어도어 퇴사 후 뉴진스 활동에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있다면 템퍼링(계약기간 중 제3자 접촉)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서다. 노종언 변호사는 “단순히 뉴진스와 민 전 대표가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만으로는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과 행동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면 탬퍼링이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구체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민 전 대표의 어도어 사임과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통보 등 일련의 움직임이 재판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상록 변호사)는 견해도 있다. 가요계는 이번 사태가 업계에 미칠 수 있는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한 가요기획사 임원은 “뉴진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면 기획사 입장에선 거액을 투자해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데 있어서 위험도가 높아져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며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의 계약과 관련해 적잖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