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타고 강릉서 부산까지… 동해안 지자체, 관광 르네상스 온다

입력
2024.12.01 17:00
11면
동해안 370㎞ 전 구간 잇는 철도 개통
관련 지자체들 연계상품 개발 등 기대

올 연말 부산서 강릉까지 한달음에 달릴 수 있는 철길이 새로 열린다. 동해안 지자체들은 관광 르네상스를 기대하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다양한 연계관광상품을 개발하며 관광객 유치전에 발 벗고 나섰다.

1일 국가철도공단과 코레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동해선 영덕~삼척구간(122.2㎞) 철로가 12월 31일 개통식(예정)에 이어 새해 1월 1일부터 정식으로 운행될 예정이다. 강릉에서 부산까지 동해안 철길 중 끊겨 있던 영덕~삼척 구간이 개통되면서 강릉에서 부산까지 동해안 약 370㎞의 철도망이 하나로 이어진다.

코레일은 강릉~부전과 강릉~동대구 구간에 각각 상행 4회, 하행 4회 열차 투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는 준고속급인 ITX마음과 누리로를 투입기로 하고 12월 중순쯤 구체적 운행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동해선이 개통하면 포항에서 삼척까지는 최고속도 시속 150㎞인 ITX마음으로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버스에 비해 1시간 10분, 승용차보다도 30여 분 빠르다. 강릉역에서 동대구역은 2시간 58분, 강릉역에서 부전역은 3시간 52분가량 예상한다. 2026년(예정) 이후 고속철인 KTX이음이 투입되면 1시간가량 더 단축된다. 강원 영동지방과 대구·경북 등 경상권이 일일생활권이 돼 동해선 주변 지자체들은 '관광 르네상스'를 기대하며 준비에 나섰다.

강원, 남부권 관광객 모시기 대작전

가장 기대가 큰 곳은 삼척시다. 남부지역을 잇는 철로와 매원 임원 원덕 삼척 등 4개 역이 만들어져 주요 관광지로 향하는 접근성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때문이다. 삼척 해수욕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황영호(46)씨는 "철도가 새로 놓이면 기존 7번 국도를 이용할 때보다 최소 2시간 이상 이동시간이 줄어들어 특수가 기대된다"며 "영동선 KTX개통으로 강릉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 것처럼 삼척 관광객도 늘어 지역상권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척시는 철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전통시장 및 청년몰 할인 프로모션, 주요 관광지와 음식점, 카페 등 정보를 통합한 모바일 관광이용권(척척패스)을 내놓았다. 장호항과 임원항, 해양레일바이크 등 주요 관광지를 찾는 1박 2일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유재현(55) 삼척관광문화재단 사무국장은 "그동안 고속철도 단절 구간이던 삼척까지 철도가 닿게 돼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산업 발전의 기회를 맞게 됐다"며 "인구 1,500만 명에 달하는 남부권 관광객 유치를 위해 부산역과 동대구, 울산, 포항역을 찾는 홍보행사와 내년 봄 이사부공원 콘서트, 레저스포츠 프로그램 확대 등 볼거리, 즐길거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근 동해시도 바다와 산을 결합한 체험코스, 스카이워크, 도심 속 동굴 등을 테마로 한 관광객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최고속도 시속 200㎞인 KTX이음을 투입하려면 삼척~강릉(58㎞) 구간 선로 개선이 시급하다. 저속 구간으로 인해 부산~강릉 운행시간이 3시간 50분에 달하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고속철도 개통 효과가 반감된다"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속히 마무리 짓고 설계비 100억 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울진, 철도 역사 130년 만에 열차 운행

경북 지역도 들뜨기는 마찬가지다. 열차가 다니지 않던 울진군의 기대는 남다르다. 울진군은 고속도로도 없어 수도권은 물론 대구에서도 승용차로 4시간가량 걸리는 교통의 '오지'였다.

군은 내년에 코레일이 열차 요금을 최대 50% 할인하고, 군은 3억 원을 들여 숙박비 체험비 입장료 등을 지원하는 △코레일 연계 해양레포츠 △코레일 인구감소지역 대응사업 △나만 아는 울진 1만 원으로 즐기자 등의 여행상품을 개발해 운영한다. 또 열차로 울진을 5만, 10만, 50만, 70만, 100만 번째 방문하는 외지인에게 특산품 등을 증정하고 축제나 해맞이, 시즌별 철도 연계 관광이벤트 등을 열 계획이다. 특히 1박 2일짜리 상품인 '나만 아는 울진 1만 원으로 즐기자'는 10만 원짜리 상품을 1만 원만 내면 참가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이다.

철도와 시티투어버스, 관광택시와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도 협의 중이다. 울진군은 이를 위해 지난 10월 코레일 강원본부와 ‘동해선 개통에 따른 철도관광 및 지역경제활성화’ 업무협약에 이어 11월 27일엔 영덕군 등 전국 10개 지자체와 함께 코레일과 인구감소지역 대응사업인 ‘다시 잇는 대한민국, 지역사랑 철도여행’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한국 철도 역사상 130년 만에 처음 울진에 기차가 들어오는 뜻깊은 날을 앞두고 다양한 철도 연계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지역경제활성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게와 송이의 고장 영덕도 역에서 주요 관광지까지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연계 관광상품 개발에 나섰다. 환승센터인 영덕버스터미널에 이어 영덕역을 보조환승센터로 삼아 버스 노선을 개편키로 했다. 대표적 관광명소인 강구항을 잇는 강구대교를 2026년 완공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강구에서 축산까지 도로건설도 서두르기로 했다. 또 코레일과 인구감소지역 철도여행 활성화를 위한 협약에 따라 철도역과 주요 관광지 간 연계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생활인구 증가를 위한 다양한 관광자원 발굴에 주력기로 했다.

포항도 가세했다. 지난 1월 여행플랫폼과 열차 이용객과 관광택시, 숙박 등 프로모션에 나선 가운데 동해선 개통에 맞춰 해양레포츠, 산업탐방, 스토리텔링 여행상품 개발을 유도하고, 지난 1월부터 중단한 월포역 관광안내소도 내년 1월부터 운영을 재개키로 했다.

부산·울산도 큰 기대

철도망이 뛰어난 부산 울산 경남권도 기대가 크다. 부산시는 경주, 안동 등 동해선 지역을 연계한 SIC(Seat In Coach, 광역교통 편의를 높인 관광상품)투어 상품과 시 대표 관광 콘텐츠인 야간ᆞ미식에 강원의 눈ᆞ스키 등을 결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10월 열리는 부산 전국체전에 맞춰 스포츠관광 입장권 할인 행사를 열고, 부산행 탑승권과 부산관광 패키지 상품을 최대 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계획이다.

울산시도 기존 시티투어버스 운영 노선에 해맞이 명소인 울주군 간절곶을 추가하는 등 코스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무장애 관광버스를 도입하고, 각종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성 개선도 추진 중이다. 송경옥 울산시 관광정책팀장은 “태화강국가정원과 대왕암, 간절곶, 영남알프스 등 관광지 방문객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며 “태화강역 내 관광안내센터를 확장하고, 동해선이 지나는 강릉역 등 주요역에 옥외광고를 게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동= 정광진 기자
포항= 김정혜 기자
삼척= 박은성 기자
울산= 박은경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