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 여야 '쩐의 전쟁'... 與 "교육청이" 野 "정부가"

입력
2024.11.28 19:00
與 "학령 인구 줄어"  野 "교육 예산마저 삭감"
대통령 거부권 행사할 수도... 타협안도 '불발'

여야가 고교 무상교육 ‘예산 부담’을 놓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올해까지만 정부·지방 교육청이 함께 부담하고, 내년부터는 교육청이 전적으로 책임지게 돼 있다.

국민의힘은 '예정대로 교육청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인데,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부담 3년 연장'을 주장하고 나섰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정부 부담 연장을 골자로 한 ‘지방교육교부금법 개정안’ 강행통과를 예고, '대통령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고교 무상교육 놓고 여야 '쩐의 전쟁'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28일 “민주당이 지방교육교부금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 필요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방교육교부금법 개정안을 여당 반대 속에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이 기세를 몰아 내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고교생에 입학금과 수업료, 교과서비 등 연간 160만 원 상당을 지원하는 제도다. 초중고 교육 책임은 교육부가 아닌 지방 교육청에 있지만, 고교무상교육 재원을 2015년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47.5%씩,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부담하는 ‘특례 조항’을 뒀다. 정부 지원을 못 박은 특례 조항 효력이 올해 끝나면서 내년부터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전액 부담할 예정이다.

정부여당은 학생수는 감소하는데 교육청 예산인 교부금 규모는 내년 3조4,000억 원 늘어나기 때문에 교육청이 감당 가능한 예산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교육청은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 지원을 끊는 건 ‘국가 책임 포기’라고 비판한다. 방과후 학생을 돌보는 늘봄학교 정책 등으로 학교 부담이 늘어나고 있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대부분 민주당 계열 인사들이 당선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왜곡 선동 중단하라" 이재명 "알아서 하라고?"

여야 입장도 부딪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무상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해내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라며 “마치 정부가 무상교육을 포기한 것이냐라는 왜곡·선동을 중단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청 예산인) 지방교육교부금은 내년 3조4,000억 원이나 증가한다”라며 “이렇게 국민을 속여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국민들은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서울 성동구 금호고등학교를 찾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교 교육비를 개인이 부담하는 나라는 유일하게 대한민국이었는데, 그걸 탈출한 것이 2019년이었다”며 “그게 다시 후퇴해서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안타깝게 왜 이것을 5년 한시 입법으로 했는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며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타협은 실종됐다. 국민의힘은 ‘절충안’으로 정부 지원을 3년 연장하되 정부가 분담해야 할 몫을 2025학년도 15%, 2026학년도 10%, 2027학년도 5%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민주당이 시큰둥해 논의가 불발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데도 야당이 정부 비판에만 골몰하고 대안 마련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정부여당 역시 고교 무상교육이 파행될 경우 학부모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추가 논의' 여지를 남겼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고교 무상교육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지방교육재정 여건, 일반재정과 국가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하겠다’며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타결될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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