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이 어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지난달 말부터 전국 대학에서 시작돼 봇물처럼 번지는 시국선언 행렬에 윤 대통령 모교 교수들까지 동참한 것이다. 최고 지성들의 외침은 윤석열 정권이 이대로는 유지될 수 없을 만큼 중차대한 임계점에 서 있다는 준엄한 경고일 것이다.
서울대 교수와 연구자 525명은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국민과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 사죄와 통탄의 심정으로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촉구한다”고 규탄했다. 교수들은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대자보가 양심의 거울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며 “서울대가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이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해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다”고까지 했다.
줄을 잇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박근혜 정부 말기를 연상케 한다. 지금까지 전국 56개 대학, 4,300여 명이 참여했다. 시국선언의 공통된 메시지는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규탄, 그리고 김 여사 특검 수용 촉구다. 퇴진과 하야 요구도 들끓는다. 극단적 정치행위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선언문에 담긴 분노와 경고의 메시지를 새겨들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인식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에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김 여사 문제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심지어 기자회견 당시 “대통령이 무엇을 사과했는지 듣고 싶다”던 기자를 두고 홍철호 정무수석은 “무례하다”고까지 했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었을 것이다. 민심을 대신한 질문에 무례도 이런 무례가 없다.
우리 역사의 주요 변곡점마다 최고 지성들의 외침은 권력을 견제하는 강력한 역할을 해왔다. 1960년 4∙19혁명, 1987년 6월 항쟁, 2014년 세월호 참사, 그리고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까지. 지금 윤 대통령 역시 그 한복판에 있다. 학문적 권위와 지성인의 양심을 토대로 한 교수들의 시국선언마저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는 정도로 여긴다면, 정말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