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른살 민주노총, 새 노선 두고 '풀뿌리 토론회'... 조합원 절반 "진보정당 창당을"

입력
2024.11.28 16:50
현장조합원 2000명 참여한 가운데
내일까지 사흘 동안 정책대회 개최
"투쟁 외골수 이미지 탈피" 목소리
사회적 대화 참여 여론도 확인돼

내년 창립 30주년을 맞는 민주노총이 현장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정책대회를 열었다. 27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조합원 2,000명이 한데 모여 민주노총이 나아갈 길을 논의하는 자리다. 노조 지도부가 주로 결정해온 조직 노선 설정 문제를 일반 조합원이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풀뿌리 토론회'가 열린 건 민주노총 창립 이래 처음이다.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리고 있는 정책대회 이틀째인 28일에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참석자 다수는 노동계가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진보 연합 정당을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앞서 민주노총은 1997년 대선에서 '국민승리21' 창당을 주도해 권영길 후보를 배출했고, 이는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으로 이어져 진보정당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이날 민주노총이 공개한 조합원 7,827명 설문조사(9~11월)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46.8%가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진보정치 세력 연합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기존 정당과 연대하는 수준을 넘어 창당 수준의 정치 참여를 요구하는 내부 여론이 상당한 셈이다.

현장에선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현행 사회적 대화기구에 대해 "정부의 노동정책을 통과시키는 거수기"라고 평가절하하며 불참하고 있는데, 조합원 사이에서 사회적 대화 참여로 '투쟁 외골수' 이미지를 탈피하고 활로를 열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조합원과 노동자에게 이익이 된다면 사회적 대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답변이 85.6%에 달했다. 민주노총은 국회를 중심으로 신설이 논의되고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이 가장 힘을 기울여야 할 사업으로 사회복지제도 강화(34.1%)를, 가장 중요하게 대응해야 할 사회 변화로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노동환경 변화(34.6%)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만 이주노동자 포용에는 입장이 갈렸다.이주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두고 '그렇다'가 58.4%, '그렇지 않다'가 41.6%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정책대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향후 노선 설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양경수 위원장은 "급격한 변화 속에 권력이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면 저지하는 투쟁을 하고, 권력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면 그것을 막아내는 투쟁을 하는 일에 급급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이제 민주노총이 사회를 주도하고 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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