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간첩 혐의 등으로 구금됐던 서로의 국민을 3명씩 맞교환했다. 미중 갈등 격화가 예고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당초 미중 간 진행 중이었던 수감자 석방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 지은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27일(현지시간) "존 렁, 마크 스위던, 카이 리 등 중국에 수감됐던 3명의 미국인이 석방돼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미국에 수감돼 있던 중국인 3명도 비슷한 시기에 풀려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석방된 인원들은 대부분 간첩 혐의로 미국과 중국에 수감 중이었다. 유엔에서 근무했던 존 렁은 퇴임 뒤 미국 화교단체에서 활동하다 2021년 장쑤성에서 중국 당국에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은 지난해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무역업자인 중국계 미국인 카이 리 역시 2016년 간첩 혐의로 상하이에서 체포된 뒤 징역 10년 형을 받았다.
미국에서 석방된 중국 측 인사의 구체적인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 방첩 기관인 국가안전부 소속 쉬옌진 등이 석방 인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이번 조치가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종료를 50여 일 남긴 상황에서 이뤄진 보기 드문 외교적 합의"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부당한 이유'로 구금됐다고 보는 미국인 석방을 위한 외교적 교섭을 벌여왔다.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 협상이 중단될 것을 우려해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 국무부는 중국 측 수감자 석방과 동시에 중국에 대한 여행 권고 기준을 기존 3단계(여행 재고)에서 2단계(주의)로 한 단계 낮췄다. 국무부 관계자는 "수감자 맞교환이 중국 여행경보 하향의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미중 간 긴장 수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한 중국 측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중미연구소 소우랍 굽타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미중 사이의 '잡초'를 치우고 긴장을 완화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인권 감시 단체인 두이화의 존 캄 이사장은 미국 뉴욕타임스에 "이번 조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중국의 작별 선물이자, 중국이 양보할 수도 있다는 트럼프를 향한 메시지 발신"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