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서점 아닌 시의 영토…서울 종로구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입력
2024.11.29 12:00
21면
[전혼잎의 독립서점]
<1> 서울 종로구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편집자주

책이 외면받는 시대에서도 곳곳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다채로운 독립서점은 독서를 위한 전초기지입니다. ‘전혼잎의 독립서점’에서는 한국일보에서 문학을 담당하는 전혼잎 기자가 문학의 오늘과 함께 읽는 사람을 위해 그 자리를 지키는 전국의 독립서점을 소개합니다.

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서울 종로구의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은 성지나 다름없다. 서점인 동양서림 가운데에 놓인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거기서부터는 시의 영토다. 2,500여 종의 시집과 시인들의 산문집, 시 이론서 등 시와 관련된 책이 10개의 서가에 빼곡히 들어선 채로 누군가를 기다린다.

위트 앤 시니컬은 시인의 낭독회, 시 읽기와 쓰기에 관한 강연, 독서모임, 음악회 등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도 한다. 이달만 해도 출판사 난다의 산문집 ‘시의적절’ 시리즈를 쓴 이원 시인과 김복희 시인의 북토크, 최지은 시인의 에세이 쓰기 워크숍, 프랑스 시인 필리프 자코테의 산문집 독서모임이 열렸다.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부터가 유희경 시인이다. 서점의 이름부터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다. 위트 앤 시니컬이라는 “문법적으로 어색한” 서점의 이름에 대해 유 시인은 설명했다. “그래도 하고 싶었습니다. 시에는 위트도 있고 시니컬한 태도도 있고 어쩌면 그 둘의 동시 발현이니까요.” 유 시인이 거의 매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시와 관련된 출근인사도 읽는 사람에게는 반가운 안부가 된다.

시인들이 자주 들르는 공간인 만큼 서가에 방금 마주친 이가 그 시를 쓴 시인일 가능성도 작지만은 않은 서점이다. 2017년 서울 서대문구에 처음 문을 열 당시 “2년 정도 갈 것 같다”고 내다봤던 유 시인의 말과 달리 자리를 옮겨 7년째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문 시집서점의 자리를 지켜나가려는 의미가 더 크다지만 “미루고 미루며 앞으로 더 나아가”려는 공간을 응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로 271-1 동양서림 내 2층 영업시간: 월~금 11:00~20:30, 토 11:00~20:00, 일 13:00~18:00


전혼잎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