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에피스 CEO에 김경아 부사장...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 첫 여성 대표이사"

입력
2024.11.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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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창립 13년 만에 첫 수장 교체
바이오 전문가... 여성에 비전 제시
시밀러에서 신약 개발로 전환 전망
고한승 사장,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삼성그룹 미래 중심 바이오 산업"

삼성그룹이 바이오 연구개발(R&D) 분야 대표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새로운 수장으로 김경아 부사장을 발탁했다. 전자·바이오 같은 주력 계열사에서 대표이사이자 사장을 겸하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삼성이 여성을 지명한 건 처음이다. 이로써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창사 13년 만에 처음으로 사장이 바뀌게 됐다. 삼성그룹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넘어 신약 개발로 바이오산업 확장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7일 김경아 개발본부장(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내정했다고 발표했다. 단독 대표이사 사장으로 주력 계열사를 이끄는 첫 여성 임원이 배출된 것이다. 회사 측은 "여성 전문경영인 CEO로서 여성 인재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인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어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 제약·바이오 연구자 중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여성 직원 비중은 약 3분의 1인 삼성바이오로직스, 4분의 1인 삼성전자에 비해 높다.

김 신임 사장은 서울대 약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독성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10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바이오 신약개발 수석연구원으로 입사했다. 2015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합류해 세포주 개발, 배양·정제, 분석, 임상, 인허가, 생산운영 등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 과정을 진두지휘하며 전문가로 활약했다. 그간 총 9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개발 완료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김 신임 사장이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포용적 리더십으로 바이오산업 각 분야 전문가를 결집해 단기간에 세계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안팎에선 창사 이래 첫 사장 교체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할 거란 기대가 나온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까지는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위탁생산 중심으로 기틀을 다졌다면, 이젠 연구개발(R&D)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혁신신약을 만드는 바이오제약사로 확장할 시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김 신임 사장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바이오 기업 '누벨로', 이후 2010년까지 미국 생명과학 기업 '스템라이프라인'에서 각각 연구직을 지냈다. 그 뒤 삼성에서도 줄곧 R&D를 직접 수행해온 신약개발 전문가다. 그를 필두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앞으로 신약 개발을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삼성바이오에피스 창립 때부터 회사를 꾸려온 고한승 사장은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 그룹 신사업팀과 바이오사업팀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거친 고 사장은 이제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하게 됐다. 고 사장 역시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유전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바이오 전문가인 만큼, 삼성그룹이 미래에 바이오 사업을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고 사장은 2021년부터 맡아온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삼성그룹이 얼마나 바이오산업에 기대감을 두고 힘을 싣고 있는지를 보여준 인사"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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