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되면서 한일 경제 협력에 새로운 도전이 예상된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할 경우 다자협력체가 약화하고, 이에 따라 한일이 새로운 전략으로 협력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26일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한국일보 주최 코라시아포럼 2024 ‘글로벌 리더십 교체와 한일 경제협력’ 주제 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의 경제협력 역사를 △제조업에서 수직적 분업관계가 형성된 약 30년간의 ‘올드 노멀’ 시기에서 △1996년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금 및 기술, 통화 협력으로 양상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한일 경제 협력은 2010년대 들어 한국의 소재·부품 국산화, 양국 기업의 글로벌 밸류체인 참여 증가, 일본 기업의 한국 직접 투자에 의해 직접 교역이 줄어들고 글로벌 밸류체인 내 협력이 깊어지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보호주의와 대(對)중국 강경 입장을 숨기지 않는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기 한미일 협력의 틀이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이 교수는 내다봤다. 이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허브(hub·바퀴축) 역할을, 한일이 스포크(spoke·바퀴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미·미일 양자 관계가 훨씬 중요해지고 스포크와 스포크 간 관계인 한일관계는 필연적으로 약화될 수밖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만들어진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자협력체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에 주목했다. 일본의 큰 지지를 받으면서 한국이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디지털 동맹에 참여하게 되고, 이는 자유무역 질서 안에서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교수는 한일이 과거 반도체에서 수직적 협력을 이뤄왔으나 앞으로는 협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 내에 레거시 반도체에서 최첨단 반도체까지 생산하려는 노력의 성과가 지금 도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만 바이오 의약품 부분은 한일 양국이 모두 초기 상태이기 때문에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일본이 가진 거대 제약 기업과 한국이 가진 활발한 벤처 생태계가 협업하면 두 나라의 이익이 완전히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경쟁으로 치닫더라도 우선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