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특검법' 세 번째 재표결 내달 10일...野 "이탈표 극대화" 與 "단일대오 유지"

입력
2024.11.26 20:30
박찬대 "25번째 거부권, 이승만 이후 최악"
"특검 거부 때만 대통령 '사후 재가'… 비겁"
재투표는 12월 10일, 명분은 '총력전' 대비
與 '당원 게시판' 분열 저격… 국힘 '단일대오'
특검 전 상설특검·검사 탄핵·국정조사 압박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세 번째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거부권 행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25번에 달하는 거부권 행사 횟수를 부각하며 '독재자 이승만'의 이름을 언급하는 한편, "비겁한 대통령" "대통령 탄핵"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잇달아 쏟아냈다. 여야는 각자의 셈법에 따라 김 여사 특검법을 다음 달 10일 재투표하기로 합의했다.

"이승만 전철 밟을 셈인가"… 거부권에 총공세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정부의 특검법 재의요구권 국무회의 의결 직후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달려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25차례 행사했고, 이 중 김 여사 특검법만 세 번 거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독재자 이승만 이후 최다, 최악의 기록"이라며 "결국 이승만의 비참한 전철을 밟을 셈이냐"고 날을 세웠다. 김용민 의원은 "배우자 관련 특검을 거부할 때만 국무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대통령은 사후 재가만 하는 것은 비겁하다"며 "상설특검까지 병행해 열릴 때까지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 목소리도 한층 키웠다. 민주당 외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5당 의원들로 구성된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탄핵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당의 요구를 수용해 수사 대상을 제출했음에도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남은 것은 특검을 통해 모든 진실을 드러내고 윤석열 정권의 임기를 하루빨리 끝내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재투표는 12월 10일…與 '당원 게시판' 분열 노림수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12월 10일 특검법 재투표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가 총력을 다해서 표결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재의결 날짜를 정확하게 예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자 충분히 대비할 시간을 갖겠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노림수는 이탈표 극대화다. 민주당은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국민의힘 내부 분열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친윤계가 한 대표를 압박하고, 친한계가 이에 반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조직적인 이탈표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관련한 녹취를 추가로 꺼내 드는 등 여론전을 펼친다면,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민주당은 특검 재투표 전까지 상설특검, 검사 탄핵, 채 상병 국정조사 등 동원할 수 있는 압박 카드를 모두 꺼내 들 생각이다. 당장 28일 본회의에서 대통령이나 친인척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의 경우 '여당을 배제한 채' 상설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 규칙 개정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또한 12월 4일로 새롭게 추가된 본회의에서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김 여사 수사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그사이 27일에는 채 상병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 명단을 제출하면서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참여도 압박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단일대오 유지를 자신한다. 민주당이 갖는 시간만큼 국민의힘 역시 당내 결집을 다질 여유를 추가로 가지게 됐다는 입장이다. 명태균씨와 관련한 공천 의혹이 특검의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도 의원들이 쉽게 특검법 통과를 동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게다가 당원 게시판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지난번 재투표(4표) 때보다 이탈표가 더 나오면 친한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김소희 기자
임주영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