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부터 관세폭탄” 무역전쟁 포문 연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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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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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에 10%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도 25%를 매기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국가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기간도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로 못 박았다. 중국은 곧바로 “무역 관세 전쟁의 승자는 없다”고 반발했다. 멕시코 페소와 캐나다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부터 모든 수입품에 10%, 중국엔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이번 선전포고도 놀라울 건 없다. 그러나 당선자 신분으로 내각 인선을 끝내자마자 더구나 공식 취임을 두 달이나 앞둔 시점에 초강경 관세 카드를 꺼낸 건 트럼프 2기 무역 전쟁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첫 대상이 된 중국 멕시코 캐나다가 미국의 3대 교역국이란 점도 주목된다. 미국의 여덟 번째 무역 적자국인 한국도 관세 폭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미국 수출을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운영해온 우리 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더 우려되는 건 트럼프 당선자가 경제와 무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에도 관세란 칼을 휘두르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그는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외국인들의 미국 침략이 멈출 때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중국과 멕시코를 압박했다. 펜타닐은 중국산 원료로 멕시코에서 제작되고 있는 만큼 책임을 지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위해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2기 세계 경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질서로 재편될 게 분명해졌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 적극 협상에 나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제어 불가능한 대외 변수와 리스크에 취약한 한국 경제의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60년 이상 이어진 수출 주도 성장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이젠 내수 시장을 키워 안정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한국 경제가 중차대한 기로에 선 지금, 정부의 책무가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