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결혼과 임신에 따른 난임 시술의 증가로 다태아(둘 이상 쌍둥이) 출생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다태아 특성에 맞는 지원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태아는 조산이나 발달지연 가능성이 높아 임신·양육 과정에 체계적인 정보·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정단체인 인구보건복지협회를 포함한 10개 전문기관이 협력해 쌍둥이 가족에 맞춤형 정보와 상담을 제공하기로 했다.
26일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쌍둥이 가족 행복 네트워크' 창립식을 열었다. 네트워크에는 협회를 포함해 6개 분야(돌봄, 의료·심리상담, 연구, 홍보, 입법, 정보제공) 10개 전문기관이 참여하고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가 후원한다. 참여 기관들은 이 자리에서 업무협약을 맺고 △쌍둥이 임신·출산·육아 정보 제공 △쌍둥이 가정 심리지원 및 상담 △관련 정책 연구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창립식과 함께 진행된 기념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다태아 가정에 대한 사회적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상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전체 출생아 중 다태아 비중이 2005년 2.1%에서 지난해 5.5%로 2배 이상 늘어났다"며 "과배란을 유발하는 보조생식술 시술로 인해 이란성 쌍둥이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최근 5년간 난임 시술을 받은 인원이 남성은 14.3%, 여성은 17.5%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산모 연령이 높아질수록 호르몬 변화로 쌍둥이를 가질 확률이 높아진다"고도 설명했다.
다태아 증가는 이처럼 저출산·난임에 따른 인구학적 변화인데, 정부는 여전히 출산 권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태아는 조산율이 49.1%로 단태아(4.2%)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데도, 조산 대비 시술 등 위험 예방 정보는 산모가 직접 알아봐야 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김소희씨는 "조산을 막기 위해 맥수술(자궁경부를 묶는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전혀 몰랐다"며 "양막이 자궁경부로 밀려나오는 긴급 상황에 직면해서야 맥수술을 받고 한 달 간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다태아 발달지연 치료 지원 강화를 주문했다. 단태아는 93.3%가 정상체중이지만, 다태아는 저체중 비율이 59.5%에 이른다. 이현주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다태아는 발달지연이 발생할 위험이 25~50% 높다"며 "또 장의 발달이 미숙해 위장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면역력이 낮기 쉬워 호흡기 감염·장염 등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쌍둥이 출산으로 양육 부담이 가중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쌍둥이 어머니는 양육과 직장을 병행하기 쉽지 않아 경력이 단절될 가능성이 높다"며 "외출마저 쉽지 않아 사회적 고립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소희씨도 "쌍둥이 유모차는 대중교통에 탑승하기 불편하고 승객 눈치가 보여 택시나 자가용만 이용한다"고 말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다태아 임신은 개인적 선택을 넘어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인식돼야 한다"며 "임신 초기부터 출산과 육아에 이르기까지 다태아 산모의 신체적·정신적 고통 완화를 위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해외에선 일찍부터 다태아 가정 지원 제도를 가동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 다태아 협회'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다태아 가족의 활동을 지원하고 요구사항을 지자체에 전달한다. 영국에선 '트윈스 트러스트'가 다태아 가족에 필요 정보를 제공하고 이들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정책 연구를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