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 무죄 선고로 기사회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먹사니즘' 모드로 발 빠르게 전환했다. 대선주자 이재명의 수권 능력을 입증하며 남아 있는 사법리스크를 정면돌파하려는 것이다. 코인(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대권을 노린 우클릭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이 대표의 첫 일성은 '민생'이었다. 당 내부 민생 컨트롤타워기구인 '민생연석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자영업자 소상공인 이슈들을 꼼꼼히 챙겼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생의 핵심은 경제인데 정부가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다"며 10분 넘게 윤석열정권의 경제 무능을 작심 비판했다. 특히 윤 대통령 거부권에 막힌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도입 필요성도 거듭 강조하며 "소비쿠폰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면 지역 골목상권이 모두 살지만 이 정부는 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민생회복지원금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해 히트를 친 지역화폐의 확대버전으로 이재명표 먹사니즘의 대표 정책으로 꼽힌다.
중도층과 청년층을 겨냥한 실용주의 행보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가 선제적으로 제안한 상법개정안 대국민 끝장토론이 다음 달 4일 열릴 예정이다. 소액 주주의 권익 보호를 강조하는 진보 진영과 경영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는 재계 사이에서 절충안을 도출해 '경제 해결사' 이미지를 선점한다는 복안이다. 스스로 '왕개미' 주식투자자 출신이란 점을 강조해온 이 대표는 28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폭락일로'인 주식시장 현황 점검에도 나선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청년 투자자들의 표심을 의식해 코인 과세를 유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은 "또다시 문자폭탄이 시작됐다. 투자자들의 조세 저항 여론을 대표가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경제 못지않게 외교 안보 이슈도 이 대표가 각별히 공을 들이는 분야다. 29일엔 주한 프랑스 대사를 만나서 '대사정치'를 이어간다. 지난 9월 주한미국대사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영국·캐나다·호주 대사까지 외교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내각 인선이 정돈되는 대로 미국을 방문하는 일정도 조율 중이다.
차기 집권을 위한 밑그림 작업도 본격화한다. 당장 27일엔 이 대표의 야심작 '미래거버넌스위원회'가 발족한다. 집권 후 국가 중장기 미래 전략을 챙기는 기구로, 이 대표가 직접 설립을 지시했다. 국내외 전문가 집단이 참여해 기후변화, 인공지능 등에 대해 논의하는데 첫 회의엔 미래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짐 데이터 하와이대 교수 등도 화상으로 참여한다. 28일엔 보수 원로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회동에 나선다. 이 전 처장은 최근 윤 대통령의 임기 1년 단축 개헌을 주장했다. 윤 대통령에게 실망해 이탈한 중도 보수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행보란 분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법리스크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저의) 재판보단 민생에 신경 쓰는 게 좋겠다"고 쏘아붙이며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이다. 대표실 관계자는 "민생, 경제, 안보, 미래 등 4가지 어젠다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수권 능력을 다져나가는 정공법으로 사법리스크를 돌파해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