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세 번째이자, 취임 후 25번째 거부권 행사다. 민주화 이후 노태우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35년간 거부권 행사는 총 16차례 있었다. 아무리 여소야대 상황이라지만 윤 정부에서 반복되고 있는 거부권 정국은 마비 수준에 이른 정치 상황을 보여준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특검법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법안이다. 기존 14개에 달했던 수사 대상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관련 의혹으로 줄였고, 특검 후보 추천권은 대법원장에게 부여하되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을 담았다.
윤 대통령은 해당 법안에 위헌 요소가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특검 후보와 관련해 제3자 추천 형식을 갖췄지만 실질적으로 야당이 추천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9년 2월 특검 추천권에 대해 "국회의 입법 재량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라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윤 대통령 주장을 따른다면 야당이 특검을 추천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검도 위헌이다. 당시 특검 수사팀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위헌적 행태에 가담했다는 자기 부정이나 다름없다.
검찰과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이란 대통령실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검찰의 도이치 수사는 4년 6개월을 끌면서 김 여사에 대한 강제 수사를 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다. 공수처는 공천 개입 의혹 수사에 앞서 착수한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 여사 특검법 찬성 여론이 60% 이상인 것은 그만큼 국민의 의구심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 문제 해결 없이 정상적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특검법 강행, 거부권, 재의결이란 정쟁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국민이 강제하기 전에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용산과 소통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조항을 손질한 여당의 특검법안을 제안하고 야당과의 협상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여당이 주장하는 당정관계 재정립과 정치 회복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