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수도 성곽(Capital Fortifications of Hanyang)'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예비평가에서 '등재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한양도성' 등 성곽 유적군에 대한 등재 준비 작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한 '한양의 수도 성곽'의 세계유산 예비평가 신청서에 대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음"이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26일 밝혔다. '예비평가'는 각국이 세계유산 등재 신청 준비 초기 단계부터 자문기구와의 사전 논의를 통해 등재 가능성을 높이려 2021년 유네스코가 신설한 제도다.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ICOMOS)가 서류 심사로 평가한다.
이코모스는 약 1년간 평가한 결과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 증거'라는 등재 기준에 근거해 한양 수도 성곽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으며 진정성과 완전성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추가 비교분석 연구, 유산의 보호·관리체계 강화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 유산청은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등재를 위한 1차 조건을 갖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양의 수도 성곽'은 조선의 수도였던 한양 방어를 위해 축성한 성곽군을 일컫는다. 수도를 둘러싼 한양도성(사적)과 그 배후에 왕과 백성이 피란할 목적으로 쌓은 북한산성(사적), 그 사이를 연결하는 탕춘대성(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3호)을 하나로 묶었다. 세 성곽은 고대로부터 전승된 수도 성곽과 방어 산성의 이원화된 방어체계를 구현한 18세기 수도 성곽의 특징을 보여준다. 당시 신기술인 표준화된 축성기술을 적용하고 성벽의 출성 및 보수와 관련해 각자성석(축조 정보를 새긴 돌) 등의 기록 자료가 남아있어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것이 유산청의 설명이다.
세 성곽이 위치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세계유산 등재를 각자 추진하다가 통합 등재를 추진하라는 국가유산청 권고에 따라 성곽군을 하나로 묶고 공동 추진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2년 만에 국내 심사에서 등재 준비가 잘된 유산을 선정하는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됐다.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하려면 네 단계(잠정목록, 우선등재목록, 등재신청후보, 등재신청대상)의 국내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한양 수도 성곽은 이 중 두 번째 단계를 마쳤다. 유산청은 2027년 최종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