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은 유엔이 공식 지정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이다. 1960년 11월 25일 도미니카공화국의 미라발(Mirabal) 세 자매가 독재 정권에 저항하다가 살해당한 것을 추모하기 위해 1999년부터 유엔총회에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 폭력의 유형이 2019년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정의돼 있다.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스토킹, 교제 폭력, 디지털 성범죄, 성희롱 등이 그것이다.
여성 폭력의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많은 기관이 협업하고 있지만, 피해자를 현장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국가기관은 경찰이다. 경찰은 여성 폭력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선 경찰서에 여성청소년과를 두고 있다.
각종 112신고는 전국에서 매일 5만건 가량 접수되는데, 이 중 여성 폭력은 현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다뤄지는 사안이다. 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매일 전날 접수됐던 신고 한 건 한 건에 대해 현장 조치가 적절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한다. 시도경찰청도 경찰서 조치 사항에 대해 반복·중첩적으로 피드백과 코칭을 하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제재 조치, 피해자 보호에 미진한 부분이 발견되면 보완하고, 환류·교육을 통해 미흡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지난 11월 19일 경찰청에서는 ‘관계성 범죄 대응 강화를 위한 전국 영상 회의’를 개최했다. 18개 시도경찰청의 여성청소년과장과 범죄예방대응과장, 112상황실장 등 전국 259개 경찰서장이 참여해 여성폭력 사건에 대한 신고접수·지령, 현장출동, 수사에서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 여성단체가 스토킹을 주제로 진행한 토론회에서는 여성폭력 피해자가 여전히 경찰에 신고하기 두려워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 반의사불벌죄가 폐지(스토킹 처벌법 개정)됐는데도 여전히 112신고 현장 종결률이 42.9%에 달한다”는 질타도 있었다. 여가부의 조사에 의하면 가정폭력을 겪은 피해자의 신고율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112신고를 하면 5만 명의 지역 경찰이 현장출동하고, 3,900명의 여성청소년과 수사관이 피해자 보호를 전제한 수사를 하고 있으며, 3,800명의 여성청소년계 직원이 콜백과 모니터링을 통해 추가 피해를 예방한다. 또, 올해부터는 경찰청에서 여성폭력 통계도 더 세분화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관계성 범죄가 강력범죄로 발전하기 쉽다는 것을 매우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이제는 피해자들이 더 이상 참지 말고 신고하는 용기를 가져달라고 당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