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김 여사 특검법'을 올해만 세 번째 국회로 돌려보내는 셈이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해당 특검법안은 헌법상 권력분립 위반, 특별검사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 위반,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훼손할 우려 등 위헌성이 명백하다"며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 2월과 10월에 이어 이달 14일 총 세 번에 걸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서 두 차례 재표결에 부쳐진 특검법들은 재의결 정족수(재적 의원 과반 출석·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를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날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특검법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에 더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의혹도 수사 대상 범위에 포함했다. 특검 후보를 대법원장이 추천하되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도 법안에 담겼는데, 정부·여당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아 "실질적으로 야당이 후보자 추천을 좌우하는 셈"이라고 비판해왔다. 한 총리도 이날 "제3자 추천의 형식적 외관만 갖췄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총리는 "위헌성이 다분해 두 차례나 국회에서 폐기된 특검법안을 야당이 또 다시 강행 처리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헌법과 충돌하는 특검법안에 대해 정부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오히려 이를 조장해 국정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라면, 민생을 살리라는 국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의요구권은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이 입법부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반복되는 거부권 정국의 책임을 야당으로 넘겼다.
이번 특검법의 재의요구 기한은 29일(법안의 정부 이송일로부터 15일 이내)이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이날 정부의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전망이다. 이 경우 윤 대통령 취임 후 25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8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즉각 재표결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