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았다"... '눈물바다' 된 민주당, 사법부 칭송하고 尹 역공 나선다

입력
2024.11.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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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유죄' 충격에 노심초사
'무죄' 반전에 눈물 흘리며 안도의 한숨
"민주주의 최후 보루" 사법부 추켜세워
'정권 퇴진' '탄핵' 등 대여 공세 반격도
비명계 숨죽이며 단일대오 힘 싣기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무죄' 선고에 더불어민주당은 "사필귀정의 정의로운 판결"이라며 사법부를 한껏 추켜세웠다. 열흘 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중형이 선고 됐을 때 "정치판결" "미친 판결"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였다. 민주당은 '윤건희(윤석열·김건희)도 법의 심판대에 세우자'며 윤 정권에 역공을 취했다.

이날 민주당은 롤러코스터의 연속이었다. 이 대표의 '서초동 자제령'에도 재판정 앞에 집결한 60여 명 의원들은 잔뜩 굳은 표정이었다. 앞서 무죄를 자신했던 공직선거법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뒤통수를 세게 맞았던 탓에, 서로 대화도 자제하며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굳게 얼어붙었던 분위기는 30분 만에 급반전됐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속보가 뜨기 시작하자 의원들은 "무죄"를 외치며 지지자들을 향해 '오케이(OK)' 사인을 만들어 보였다. 서로 주먹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춤사위를 선보이며 기쁨을 격하게 표현하는 의원도 있었다. 이 대표의 등장에 축제 분위기는 정점으로 치달았다. 양쪽으로 도열한 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해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고, 서로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흘린 의원들도 여럿 있었다.

사법부를 향한 노골적인 찬사도 쏟아졌다.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하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등등 의원들은 경쟁하듯 사법부의 판결을 칭송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국민 분노, 검찰과 정권으로"…기세등등 반격 예고


민주당은 이번 무죄 판결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는 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표가 걸려 있는 5개의 재판 가운데 가장 유죄 가능성이 높았던 사건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나머지 재판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준호 의원은 "선거법도 고등법원에선 무죄를 받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해식 의원도 "이재명은 모두 무죄"라고도 반색했다. 박지원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과 트럼프처럼 이 대표도 죽다 살아 돌아왔다"며 이 대표를 영웅시했다.

정부여당을 향한 반격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김용민 의원은 "사건 조작으로 야당 대표를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최종 책임자 윤 대통령은 즉시 사과하고 사퇴하라"며 정권 퇴진을 주장했고, "탄핵의 길"(양문석 의원)을 거론한 의원도 있었다. 민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김건희특검법 재표결을 밀어붙이고, 30일엔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는 도심 장외집회에는 의원들이 총출동할 계획이다.

머쓱해진 비명계… 단일대오 강해질 듯

이 대표의 기사회생에 빈틈을 노리던 비이재명(비명)계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검찰의 별건수사, 먼지털이 수사에 경종을 울린 상식적인 결과"라며 "패자는 무제한 괴롭히기, 승자는 무조건 봐주는 정치는 그만해야 민생도 살아난다"며 단일대오를 독려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들이 주축이 된 초일회는 별다른 논평 없이 숨죽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자의적이고 부당한 검찰권의 행사가 온나라를 뒤흔들었다"고 검찰을 비판하며 이 대표 체제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유죄에서 무죄까지 반전 판결에, 쉬쉬한 채 동요하던 의원들의 분위기도 급반전됐다"며 "선거법 2심에서 흔들리지 않는 한 이재명은 쉽사리 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세인 기자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