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만 좋은 탄핵은 싫다"는 여론

입력
2024.11.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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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판결에도 현실화한 사법리스크
대통령 실정 커도 이재명 대안 안 돼
민주당 스스로 정당한 해법이 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사건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것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에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은 것만큼이나 예상 밖이었다. 다만 민주당의 아전인수식 반응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무죄 판결 후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성호 의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심리하고 정의로운 판결로 진실을 밝혀준 사법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언제부터 이렇게 사법부를 존중했던가. 앞서 의원직 상실형이 선고됐을 때 민주당은 “유죄 결론을 내리고 짜맞춘 사법 살인, 정치 판결”(전현희 최고위원)이라고 판결을 부정했고, “오죽하면 서울 법대를 나온 게 맞냐고들 하겠나”(김민석 최고위원)라고 판사를 조롱했다. “(비명계가)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최민희 의원)이라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당 지도부가 이랬으니 지지자들은 징역형을 선고한 판사의 개인정보를 털고 탄핵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이 대표에 대한 판결은 정치적 의미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선거에서 당선된 이의 거짓말은 문제 삼지도 않으면서 낙선한 이의 거짓말을 저토록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주장은, 살아있는 권력의 의혹에 눈을 꼭 감은 검찰을 보고 있노라면 일견 수긍이 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수사와 처벌을 피한다는 이유로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한다면 그것은 이미 정의가 아니다. 저 사람이 더 나쁜데 왜 나만 벌을 주느냐고 항변한다면 억울함을 토로하지 않을 범죄자가 어디 있으랴. 위증 교사 무죄가 “진실과 정의”라면 거짓말 유죄가 그렇지 않다고 어떻게 장담하겠나. 하나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남아있는 사법리스크가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다.

딜레마를 해결할 길은 사법부에 있지 않다. 많은 정치적 사안이 사법 처리로 떠넘겨졌지만, 자격 없는 정치인을 걸러내는 것은 정치적으로 필요하고 마땅한 해법이다. 유력한 차기 주자를 잃고 선거보전금 434억 원을 토해낼지 모를 민주당의 위기는 운 없이 엄한 판사를 만나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사법리스크가 큰 인물을 대선후보와 당대표로 뽑았기에 발생한 위기다. 민주당의 정체성도 지지기반도 외면한 채 부자감세 등 정책에 오락가락하고 검사 탄핵 등 이해충돌 입법만 밀어붙이다 닥친 일이다.

군사독재 정권도 아닌 시절에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시국 선언을 한 대학이 60곳을 넘었다. 대한민국헌정회는 4년 중임제 개헌을 요구했고 야권 의원들은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추진을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게 뻔하니 탄핵을 검토하자는 목소리도 이제는 진지하다. 그럼에도 시민들 분위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 때만큼 뜨겁지 않은 이유는 상당 부분 탄핵 이후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기 때문일 터다. 대통령 리더십의 공백을 떠맡아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능력이 민주당에 있다고 믿지 못하는 탓이다. 명태균씨의 여론조작·공천개입 의혹이 눈뜨고 못 볼 지경인데도 “대통령 탄핵해서 이재명 좋은 일만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게 해서 이 대표는 오히려 윤 대통령을 살리는 힘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단일 대오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한 이 대표의 대안을 고민하고 더 많은 시민들에게 정당한 해법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20% 안팎으로 고착됐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압도하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특검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려면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사법부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당대표를 지키느라 검사 탄핵을 남발하면서 정권의 검찰권 남용을 비판할 수 없다.

우리 국민은 지금보다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더 나은 리더를 가질 자격이 있다. 민주당은 제대로 된 선택지를 내놓으라.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