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불법적으로 막은 혐의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절차적 이유로 1심에서 일부 유죄 판단을 받은 이규원 조국혁신당 대변인에게도 전부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1-3부(부장 박영주)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과 이 대변인,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25일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징역 4개월 선고가 유예된 이 대변인의 공용서류은닉, 자격모용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에서도 무죄가 나왔다.
이들은 2019년 3월 22일 '별장 성접대' 사건과 관련해 검찰 재수사를 앞둔 김 전 차관이 해외로 출국하려 하자, 이를 위법하게 저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이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관한 조사를 확대, 재수사 권고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던 이 대변인은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허위 기재해 법무부에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제출한 혐의,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이었던 차 의원은 이를 알고도 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비서관은 두 사람 간 소통을 조율하며 출국금지 과정 전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이 대변인이 자격을 도용하고, 관련 서류들을 자택에 숨긴 부분에 대해선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그 밖의 혐의에 대해선 세 사람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코앞에 닥친 해외 도피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판단이다.
1심 재판부는 "수사 대상자가 될 것이 확실한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것은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출국을 그대로 용인했을 경우 재수사가 난항에 빠져 검찰 과거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란 점에서 필요성과 적절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 전 차관이 피의자로 전환되기 전이어서 긴급 출국금지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선 "형식적 절차 전이라도, 검사인 이 대변인이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함과 동시에 피의자 지위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해석"이라며 "김 전 차관도 피의자에 해당했다"고 물리쳤다.
이날 항소심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한 1심 판결을 수긍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이 대변인에 대한 일부 유죄 판결도 무죄로 뒤집었다. 긴급하게 돌아갔던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그에게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 허위 기재나 공문서 은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대변인은 출국금지 승인 요청 때까지도 대검 승인을 받은 것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이고 (법무부가) 서울동부지검장의 사후 승인을 받아줄 것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6월 이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1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차 의원이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직위해제처분취소 소송은 9월 원고 승소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