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가 우루과이에서 중도 좌파 정권이 재탄생했다. 중도 우파 성향인 루이스 라카예 포우 현 대통령이 집권한 지 5년 만에 국가 주도권이 다시왼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다만 현재 우루과이 정치권의 좌우 진영은 모두 온건 성향인 터라, 향후 국정 운영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정치 양극화' 물결 속에서도 안정적 정치 문화를 유지해 온 우루과이의 단면이 이번 대선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우루과이 중도 좌파 '광역전선(FA)' 소속 야만두 오르시(57) 후보는 이날 실시된 대선 2차 투표에서 득표율 49.84%(개표율 99.9% 기준)를 기록해 승리를 확정 지었다. 상대 후보였던 중도 우파 여당 국민당 소속 알바로 델가도(55) 후보는 45.87%를 득표하는 데 그쳐 4%포인트 차이로 고배를 들었다. 이날 선거는 지난달 25일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은 데 따른 결선 투표였다.
이로써 우루과이에는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5년간 유지됐던 좌파 정권이 5년 만에 다시 들어서게 됐다. 오르시 당선자는 대선 승리 선언 연설에서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 통합된 사회를 만들 것"이라며 '화합'을 강조했다. 초중고 교사였던 오르시 당선자는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제2의 인구 밀집 지역인 카넬로네스주(州) 주지사로 재임했다. 같은 당 소속으로 국민적 신망을 받는 '좌파 원로' 인 호세 무히카(89)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로 꼽힌다.
델가도 후보도 곧바로 패배에 승복했다. 이처럼 평화로운 정권 이양 문화는 1973~1983년 군사독재 종식 이래 극단적 주장을 배격해 온 우루과이의 정치적 토양에 기반한다고 AP는 설명했다. 오르시 당선자도 △아동 빈곤율 저감 △범죄조직 소탕 강화 이외에는 전 정부의 친(親)시장 노선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정치적으로 극심한 분열을 겪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등 이웃 국가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다만 우루과이 사회 저변에서 빈곤·범죄율 증가 등 병폐가 확산하고 있는 탓에, '온건한 정치 문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루과이의 '좌클릭'으로 중남미의 '핑크 타이드 2.0'(2차 좌파 정부 연쇄 집권) 기조는 더 선명해졌다. 1990년대 이 지역에 불었던 '핑크 타이드 1.0'이 2020년대 들어 재연되는 흐름이 이날 우루과이 대선 결과로 가속화하게 된 셈이다. 현재 중남미에서는 멕시코 브라질 페루 등 약 12개국이 좌파 정권으로 분류되고, 우파 정권은 아르헨티나 등 5개국 정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