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에게 "남자친구와 피임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가 성희롱으로 판단돼 징계를 받은 직원이 직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피임이 남녀 사이의 성관계에 관한 용어이긴 하지만 성희롱 여부는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을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25일 광주고법 제1행정부(부장 양영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사 A씨가 전당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A씨의 승소 판결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광주지법은 전당에 징계를 취소하고 소송비용을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2022년 4월 A씨가 동료 B씨와 함께 타 지역으로 출장을 가는 차량 안에서 발생했다. 당시 B씨는 A씨에게 결혼과 임신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결혼을 늦추고 싶은데 남자친구가 가정을 빨리 꾸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오해하지 말고 들어달라. 남자친구와 피임을 조심해야 한다. 그런 애들이 (결혼하기 위해) 임신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충고했다.
B씨는 A씨 발언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직장 고충심의위원회에 성희롱으로 신고했다. 전당 징계위원회는 A씨 행동이 성 비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견책 처분을 의결했다. A씨가 불복해 다시 징계 절차를 밟으면서 지난해 최종 징계 수위가 불문경고(엄중경고)로 감경됐다. 그럼에도 억울했던 A씨는 결국 전당을 상대로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피임 관련 발언은 불쾌감을 느끼게 할 발언으로 보이나,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발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B씨가 결혼·출산·육아·휴직 등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털어놓은 데 대해 친밀하게 지내던 A씨가 조언이나 충고한 상황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전당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판단도 같았다. 법원은 "A씨가 피임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