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몰렸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1심 재판에서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사법 리스크' 중 유죄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재판에서 예상을 깬 무죄를 받아내며 향후 대권 가도의 불씨를 살린 것이다. 앞선 공직선거법 위반 징역형 선고로 흔들렸던 당내 리더십과 결속을 재정비하는 한편, 윤석열 대통령 정권 퇴진을 포함한 대여공세의 수위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에 출석하며 의외의 밝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 당시처럼 취재진 질문 등에 묵묵부답하면서도, 배웅 나온 당 의원들과는 일일이 악수를 하며 웃음의 눈인사를 건넸다.
선고 직후엔 오히려 담담했다. 무죄 선고 소식에 환호하는 당내 의원들과 지지자들을 향해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큰 바닷속의 좁쌀 한 알'이라는 뜻의 사자성어 '창해일속'(滄海一粟)을 인용하며, 민생을 챙기는 정치에 더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무죄 선고로 이 대표는 대권 가도에 다시금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재판은 민주당 내에서도 유죄를 우려할 만큼, 이 대표의 최대 사법 리스크로 평가받았다. 여기에 지난 공직선거법 위반에 이은 두 번 연속 유죄가 내려진다면, 이 대표에게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그래서) 이번 위증교사 무죄는 앞선 공직선거법 유죄 선고가 준 피해를 만회하고도 훨씬 남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대 수확은 '정치탄압 희생양' 이미지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징역 3년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의 피선거권은 8년간 박탈, 대선에 나올 수 없게 된다. 당내 또 다른 중진 의원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드디어 법원에서 입증된 것"이라며 "향후 공직선거법 항소심은 물론, 대장동·대북송금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잠시 흔들렸던 '이재명 일극체제'도 다시 굳건해질 전망이다. 피선거권이 10년간 박탈되는 공직선거법 징역형으로 민주당 안팎에선 '포스트 이재명'이 조심스레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무죄 선고로 이들 목소리도 당분간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당내에서는 "공직선거법 사건도 2심에서 무죄로 뒤집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비명계 한 의원은 "2심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이 대표를 흔들 수 있는 명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한 정부·여당에 대한 반격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여당이 지속적으로 공격했던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최대 고비를 무사히 넘기면서 공격에 대한 부담도 상당 부분 소멸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도 선고 직후 "정부·여당에 말하고 싶다"며 "죽이는 정치보다 이제 사람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밝혔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는 당장)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최우선으로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민생연석회의를 주재하고, 1,500만 개미 투자자들이 염원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대국민끝장토론을 통해 정부·여당과 차별된 수권 리더의 면모를 부각할 계획이다.
김건희 특별검사법 재표결과 검사 탄핵 움직임에도 자연스레 탄력이 가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시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도 예정대로 보고할 계획이다.
당내에서는 향후 장외집회 확대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적 저항이 축적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이제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이날 선고 직후 국회에서 최고위원 비공개 간담회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오 각성을 기대한다”며 “정말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인지 사욕이나 사익을 위해서 일하는지 그게 이번 표결에서 보이지 않겠느냐”고 압박에 가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