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위증한 사람만 유죄이고 위증교사한 사람은 무죄라는 1심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지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이어 이번 위증교사 혐의에서도 유죄가 나올 거라고 확신했던 여당은 예상 외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징역형 유죄 판결을 존중했듯이 오늘 판결도 존중한다. 민주당은 15일 판결도 존중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은 더 민생에 집중하겠다"며 "구태를 청산하고 변화와 쇄신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당초 이 대표 선고 직후 브리핑을 준비했지만, '예상 밖' 무죄 판결에 이처럼 짧은 입장만 남겼다고 한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는 짧은 입장문만 내놨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판사 출신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본보 통화에서 "위증을 해야 할 아무런 동기나 이유를 찾아보기 힘든 김진성씨에 대해 위증을 인정하고, 유리한 증언을 해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위증교사가 아니라고 하는 논리와 법리를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사법부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여전히 남아 있는 사법리스크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할 과제"라며 남은 재판들을 겨냥했다. 이 대표는 현재 5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친윤석열(친윤)계와 소장파 의원들도 불만을 보탰다. 강명구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게 위증교사가 아니면 무엇이 위증교사인가"라고 적었다. 김용태 의원은 "사법부 판단은 존중하지만 아쉽다"며 "2심에서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친한동훈(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위증교사 죄목을 차라리 형법에서 없애라"며 판결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 대표 유죄를 잔뜩 기대하는 눈치였다. 추 원내대표는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지난 22년간 자신의 잘못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매 순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과 임기응변을 쏟아내는 데 몰두해왔다"며 "오늘 판결이 22년간 이어져 온 이재명식 거짓의 정치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 대표도 "위증, 위증교사, 무고 이런 사건들은 사법 방해의 대표적인 사건"이라며 "법원이 엄정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반사이익 기대감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당장 이날 무죄로 지난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의 호재까지 묻혀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증교사 사건은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대야 공세를 위한 수단으로 쓰기 어려워졌다. 한 대표 역시 이날 민생경제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쇄신 행보에 본격 돌입했지만, 자연스레 힘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로 보수층이 결집할 명분은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면서도 "이제 위증교사 무죄로 보수층 내부의 쇄신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