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은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 사이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혼 출생 현안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선 처음으로 1만 명이 넘는 아이가 혼인 관계 밖에서 태어났다. 사회적으로도 자녀를 갖는 데 결혼이 필수 요건이 아니라는 인식이 늘고 있어 출산·양육 관련 제도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통계청 출생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 수는 1만9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100명 증가했다. 2015년부터 내리막인 출생아 감소 흐름을 거슬러 3년 연속 오름세다. 전체 출생아(23만 명) 중 차지하는 비율도 4.7%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다만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평균 비혼 출생 비율 41.9%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저출산 시대 인구정책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이 더 많은 것이 한국 비혼 출생의 현실이다. 프랑스, 아이슬란드 등 OECD 회원국 다수가 비혼 가정도 동거등록제 등을 통해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출산·양육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신혼부부 중심 정책에 일부 사각지대가 생기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전통적 가족관이 약화하며 비혼 출생에 대한 인식만큼은 차츰 바뀌는 분위기다. 통계청이 올해 실시한 사회조사에서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7.2%로 10년 전 대비 15%포인트 정도 뛰었다. 13~19세(44.2%), 20∼29세(42.8%) 등 젊은 세대일수록 높았다. 아울러 '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는 답변은 67.4%로 절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심층연구 보고서를 통해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이 OECD 평균 수준으로 상승하는 경우, 합계출산율을 0.16명 높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삶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에 부응해 가족 형태보다 아이를 중심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