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후대응 발목 잡는 한국

입력
2024.11.25 16: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화석연료는 기후재앙의 원천이고, 이 화석연료를 채취·가공·유통시키는 건 금융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돈줄’(금융지원)을 틀어막으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움직임을 적극 저지하는 국가가 있으니 다름 아닌 한국. 한국이 관련 국제협약을 결렬시키면서, 국제환경단체들의 주적이 됐다.

□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수출신용 참가국 정례회의를 열고, 화석연료 에너지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 금지를 논의했다. 현재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지원 금지’만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화석연료 에너지 전반으로 확대하는 내용. 참가국 전체 동의가 필요한데, 반대한 단 두 국가가 한국과 튀르키예다. 프랑스 시민사회단체 스톱토탈은 “OECD 국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에서 득점을 올리려고 노력 중이지만 한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막아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에너지스의 모잠비크 액화가스(LNG) 사업에 한국 수출입은행이 재정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프랑스 환경단체들의 분노가 크다.

□ 한국은 2020~2022년 한 해 평균 100억 달러(약 14조 원)의 공적금융을 화석연료 지원에 썼다. 캐나다에 이어 2위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제29차 당사국총회(COP29)가 진행 중이던 지난 18일(현지시간), 세계 기후환경단체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는 ‘기후협상의 진전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나라’에 수여하는 ‘오늘의 화석상’ 1위 수상자로 한국을 선정했다. 화석연료 금융제한을 가로막는 주범이어서다. 한국은 지난해에도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투자해 지역 원주민의 권리를 침해한 점 때문에 ‘오늘의 화석상’ 3위에 선정됐다.

□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9%)은 OECD 꼴찌일 정도로 탄소 감축 노력이 부족하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 여기에 더해 세계의 화석연료 감축 노력까지 앞장서 막고 있는 상황이 해외 단체들을 통해서 들려오면서, 부끄러움은 두 배다. 국내 정치권과 여론의 무관심 속, 한국이 기후대응 국제연대를 깨부수며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