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연합(EU) 미국 등 서방국과의 관계에 불신감과 회의적인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갤럽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초기였던 2022년 ‘10년 안에 나토에 가입할 것’이라고 믿는 우크라이나 국민은 64%, 이듬해에도 69%를 유지했다. 하지만 전쟁 3년째에 접어든 지난 8월 조사에서는 51%로 기대감이 뚝 떨어졌다.
유럽연합(EU) 가입에 대한 기대치도 비슷했다. ‘10년 안에 EU에 가입할 것’이라는 의견은 2022년과 2023년 73%에 달했지만, 올해는 61%로 급감했다. 반대로 부정적인 의견은 급증했다. ‘나토에 결코 가입하지 못할 것(Never)’은 2022년 12%에서 올해 22%로, ‘EU에 가입하지 못할 것’은 6%에서 15%로 2배 이상 늘었다.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EU 간 통합을 지지한 지난 2013년 11월 ‘유로마이단 시위’ 이후, 나토와 EU에 가입하는 것이 향후 미래 안보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갤럽은 “나토, EU 등 서방국과의 연합에 하루빨리 합류해야 한다는 마음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군사적 후원자인 미국 지도부에 대한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
미국 리더십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지지율은 지난 2014~2021년 24~37% 수준을 오갔지만, 2022년 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최대 군사 지원국이 됐고, 미국 지지율 또한 66%로 급증했다. 갤럽은 “이 수치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호감도는 40%에 그쳤다. 반면, 반감도(Disapprove)는 같은 기간 16%에서 37%로 급등했다. 갤럽은 “미국 공화당이 군사 지원을 지연ㆍ중단하려 한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독일에 대해선 반감도가 하락했다. 2022년 독일에 대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반감도는 35%에 달했다. 당시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았고, 러시아 제재안에 가장 소극적인 서방 강대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반감도는 23년 20%, 24년 29%로 다소 하향 조정됐다.
한편, 갤럽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현실적으로도 점점 더 험난해지고 있다고 봤다. 갤럽은 ”이 문제는 EU 내부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온다”면서 친러ㆍ반미 성향의 로버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가 자신의 임기 중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한 점을 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