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정권인수팀이 기부자를 공개하지 않은 '비밀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팀 운영에 연방 예산을 지원 받는 통상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서 국가 감시 또한 피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인수팀이 어떤 이해 집단이나 기업으로부터 거액을 기부 받는지 몰라 이해관계 충돌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자가 아직 연방총무청(GSA)과 양해각서를 체결하지 않았다"며 "정부 인수 노력을 지원하는 기부자들의 이름을 비밀로 숨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정권 인수 과정에서 GSA와 계약을 체결한다. 이 경우 인수팀은 최대 720만 달러(약 101억 원) 규모 연방 자금을 지원 받는 대신, 개인 후원금이 한 명당 5,000달러(약 700만 원)로 제한된다. 또 후원자 명단을 공개하게 된다. 따라서 그간 이 계약은 인수팀 자금 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는 GSA 계약 체결 없이 '다크머니 비영리 단체'로 설정된 인수팀을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와 JD밴스 부통령 당선자 이름을 딴 인수팀 '트럼프 밴스 2025 인수 주식회사(INC)'를 기부자 명단 공개 의무가 없는 형태로 설계한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미국 국세청(IRS)이 트럼프 인수팀에 감사를 단행할 수는 있지만, 갓 출범한 '미래 권력'에 사정기관이 칼을 겨눌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같은 '편법 비공개 운영 방식'은 투명성 문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NYT는 "트럼프 당선자는 인수팀 직원·사무실·출장 비용 등을 지불하기 위해 알려지지 않은 기부자로부터 무제한으로 돈을 모을 수 있다"며 "윤리 전문가들로부터 우려를 불러 일으키는 제한"이라고 강조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 중 GSA와 계약하지 않은 사람은 트럼프가 처음이다.
이밖에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양해각서에도 서명하지 않고 있다. 차기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비밀 취급 인가를 받기 전 신원 조회를 받도록 하는 통상 절차를 우회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민간 업체를 통해 지명 후보자를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과의 양해각서 체결도 미루고 있다. 그 결과 트럼프 인수팀 인사들은 내년 1월 20일 정권 출범 전까지 연방 기밀 정보에 접근이 제한되지만 잠재적 이해관계 충돌 문제에 직면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백악관과 양해각서를 체결할 경우 집권 뒤 발생할 수 있는 윤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계획서를 제출·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