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조작설' 일자 사격 메달리스트 김예지가 100명 앞에서 추첨 버튼 눌렀다

입력
2024.11.24 16:26
7월 당첨자 63명 나와 의심 증폭
동행복권, 추첨기 원리 등 생방송
체계적인 조작 방지 시스템 강조

복권수탁사업자 동행복권이 23일 로또 추첨식을 시민 1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방송으로 개최했다. 지난 7월 로또 1등 당첨자가 60여 명이나 배출된 일을 계기로 불거진 '조작설'을 불식하려는 이유에서였다. 동행복권 측은 "로또가 20년 동안 사랑받았던 이유는 체계적인 조작 방지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동행복권이 이날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진행한 로또 6/45 추첨 생방송 '2024 로터리데이(Lottery Day)'에서 스튜디오에 있던 참관인 100명은 매의 눈으로 추첨 과정을 지켜봤다. 이들은 지난 6개월간 로또 및 연금복권 추첨행사 방청 경험이 없는 일반 성인 중 추첨을 통해 초대됐다. 이날 방송에서 '황금손'으로 불리는 당첨 번호 추첨자는 파리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김예지가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추첨은 오후 8시 39분 50초가 지났을 무렵 이뤄졌다. 김예지가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분들에게 행운이 가면 좋겠다"며 버튼을 꾹 누르자, 스튜디오 가운데에 놓인 둥근 유리관 속에서 빠른 속도로 뒤섞이던 공들 중 7개가 추첨기 바깥으로 굴러 나왔다. 이날 로또 당첨번호(제1147회)는 7, 11, 24, 26, 27, 37번에 보너스 번호 32번이었다. 1등 당첨자는 총 8명으로, 1인당 당첨금은 33억2,342만2,079원으로 집계됐다.

동행복권은 평소 추첨 방송 때도 참관인 20명을 초대해 왔는데 이날은 그 규모가 5배에 달했다. 대규모 초청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주최 측이 참관단 규모를 늘린 이유는 추첨 과정이 투명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7월 제1128회 로또 추첨에서는 1등 당첨자가 모두 63명이 나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중 번호를 직접 적어서(수동) 당첨된 사람이 52명으로 나타면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동행복권 측이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동행복권은 23일 추첨 방송에 앞서 '과학으로 풀어보는 로또 당첨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로 토크쇼도 열었다. 복권 당첨에 관한 사람의 심리를 뇌 과학으로 설명하며 의구심 해소를 도우려는 취지였다. 참관인들은 로또 추첨기도 테스트하며 작동 원리를 구체적으로 학습했다.

복권 판매 마감 30분 지나 추첨하는 이유?

같은 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동행복권 측은 취재진에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임초순 동행복권 상무는 "추첨 공에 대한 자석 물질 사용이나 외부에서 시스템에 접속해 번호 조작, 추첨 방송 후 데이터 위조, 실물 티켓 위조 등 많은 의문이 제기됐지만 감사원과 외부 기관의 검증을 통해 (당첨 번호를) 조작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옛날처럼 화살을 과녁에 쏘는 방식으로 (바꾸자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중복 가능성과 화살이 경계에 맞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로또 추첨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35분에 방송된다. 복권 판매 마감은 같은 날 오후 8시까지다. 판매 마감 후 30여 분이나 지나 추첨이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 임 상무는 "로또 판매가 오후 8시에 마감되면 5곳의 저장소에 동시에 (판매 번호) 값이 저장되고, 그 뒤 25분까지 5곳 판매데이터가 일치하는지 무결성 확인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추첨 전에 데이터 상호 검증이 실시되는 만큼 임의로 당첨 번호가 적힌 복권을 추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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