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머스크의 '사이버 캡·트럭' 옆에는 온통 미국 노린 전기차들뿐이더라

입력
2024.11.25 13:00
2024 LA오토쇼 참관기
전기차 주춤하지만 전동화 미래는 확실
관람객들도 전기차 새 모델에 높은 관심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 '2024 LA 오토쇼'가 열리는 이곳 건물 외벽에 전날 처음 공개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 9을 소개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았다. 전시회가 열리는 사우스 홀(South Hall) 내부로 들어서니 현대차의 전시 공간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나란히 전시 공간을 마련했고 기아는 웨스트 홀(West Hall)에서 인기 차종을 선보였다.

1907년 시작해 10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LA오토쇼디트로이트·뉴욕과 함께 북미 3대 자동차 전시회로 꼽힌다. 올해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를 비롯해 미국 주요 자동차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테슬라, 일본 도요타, 혼다 등 3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완성차 기업들은 북미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하듯 주로 대형 SUV, 픽업 트럭을 중심으로 차량을 내놓았다. 특히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의 영향으로 전기차를 앞세우던 분위기는 다소 주춤했지만 각 브랜드들은 미래 지향점을 전동화에 두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히 보여줬다.



완전 자율주행 '사이버택시' 큰 관심


이날 가장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차는 10월 10일(현지시간) LA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타고 등장해 소개한 완전무인 자율주행차 '사이버캡'(CyberCab)이었다. 실제 사이버캡은 머스크가 소개한 대로 인간이 차량을 통제할 수 있는 핸들이나 페달 등 장치가 전혀 없었다. 자동차의 문은 날개처럼 위로 들어 올려져 있었고 차량에는 디스플레이와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만 놓여 있었다. 지난달 행사에서 머스크는 "2026년 말까지 사이버캡을 대량 생산하겠다"며 "판매 가격은 3만 달러(약 4,000만 원) 미만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 옆에는 테슬라의 사이버트럭도 전시돼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출시된 사이버트럭은 미국 전기 픽업트럭 중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최근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 기관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사이버트럭의 3분기 미국 총판매량은 1만6,692대다. 관람객들은 사이버트럭 운전석과 뒷좌석에 앉아보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사이버트럭은 가장 저렴한 모델이 10만 달러(1억3,600만 원)에 이른다.


전기 SUV·픽업트럭도 대표 모델로


미국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GM도 전기차를 가장 앞으로 꺼냈다. GM 쉐보레는 전기차 차량 전시 존을 따로 만들고 SUV 블레이저·이쿼녹스 EV, 픽업트럭 실버라도 EV 등을 전시했다. 특히 GM의 전기차들은 최근 판매량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올 3분기 GM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60% 증가한 3만2,095대로 집계됐다.

다만 실버라도 EV는 픽업트럭을 선호하는 미국에서도 판매량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GM이 함께 전기 픽업트럭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와 GM은 9월 12일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조만간 구체적인 협력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SUV, 픽업트럭뿐만이 아니다. 고성능 스포츠카도 전동화를 향하고 있었다. 포드 전시 부스에서는 2025년형 머스탱 마하-E GT 모델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았다. 포드는 이 차량에 자율주행이 가능한 블루크루즈(BlueCruise) 기능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포드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고속도로 일부에서는 블루크루즈를 이용해 운전자가 손을 떼고 자동차가 알아서 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블루크루즈는 월간 또는 연간 구독료를 내고 사용 가능하다. 미국에서 사랑받는 스포츠카 스텔란티스 닷지도 이날 전기차 출시 계획을 알렸다.



독일 차 폭스바겐은 미국 시장에 새로 출시할 전기 미니 버스 ID버즈를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이 차는 예전에 출시돼 큰 인기를 모았던 마이크로버스를 전동화 모델로 계승한 것인데 공간 넓은 대형 SUV를 선호하는 LA 소비자를 핵심 타깃으로 잡은 듯했다. 특히 폭스바겐 관계자는 ID버즈를 알리면서 대형 SUV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경쟁 모델을 염두에 둔 듯 기아 EV9을 언급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ID버즈의) 1, 2열 모두 기아 EV9보다 10인치 더 여유가 있다"면서 "2열을 접고 3열을 제거하면 146세제곱피트(약 4,000리터)의 공간이 확보되는데 이는 기아 EV9보다 더 넓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크라이슬러는 전기 콘셉트카 할시온(Halcyon)을 공개했고 도요타는 전기차 BZ4X를, 혼다는 전기 SUV 프롤로그를 전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시관을 둘러보니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대신 내연기관 부분변경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 등을 내세워 전기차 캐즘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테슬라, 리비안 등 전기차가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가는 등 전기차로 향하는 미래 방향성은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