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첫 외국인 CEO의 트럼프 대응 카드는 "빨리빨리와 미리미리"

입력
2024.11.25 11:30
호세 무뇨스, CEO 내정 후 첫 공식 인터뷰
"유연하게 대응하며 생산 현지화하는데 투자"
"한국 근무 비중 70%로 늘릴 것"


외국인으로는 사상 처음 현대자동차 최고경영자(CEO)를 맡게 된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는 "현대차의 특징 중 하나가 '빨리빨리' 문화"라며 "이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빨리빨리 미리미리' 정신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어떤 규제가 나오더라도 대응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무뇨스 사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LA오토쇼에서 한국 취재진과 CEO 내정 후 첫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특히 인터뷰 내내 향후 자동차 시장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그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뇨스 사장은 "수십년 동안 자동차 업계에서 일했지만 지금 같은 (큰 폭의) 변동이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아주 이례적으로 산업적으로 혼란이 있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대차의 빨리빨리 문화는 굉장한 강점이 있다"며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하게 되면 자동차 관련 인센티브가 바뀔 수도 있고 안 바뀔 수도 있지만 (미리 준비한대로) 새로 설립한 공장(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또 트럼프 행정부 추진 정책 중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뭐냐는 물음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도 "저희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유연하게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며 "미국은 현대차의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에 생산 공급을 현지화하는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근무비중은 70%가 될 것


스페인 태생인 무뇨스 사장은 원자핵공학 박사 출신으로 1989년 자동차 딜러로 업계에 처음 발을 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본차 닛산에서 15년 동안 근무했고 2019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현대차에 합류했다. 그는 15일 발표된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1967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CEO에 임명됐다. 임기는 2025년부터다.

CEO 내정 후 정 회장이 어떤 당부를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무뇨스 사장은 "구체적으로 한 포인트를 얘기해 주셨다"며 "(제가) 한국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점이고 저도 그 부분은 실행 하고 싶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율을 말씀드리면 한국이 70%, 미국 등 다른 대륙에서 초기 기간 30%"라고 덧붙였다.

무뇨스 사장은 끝으로 "이미 지난 6년 동안 거의 매달 한국에 갔다"며 "집무실도 한국에 있고 치맥(치킨과 맥주), 피맥(피자와 맥주), 소주 다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