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제29차 유엔기후총회가 24일(현지시간) 폐막한 가운데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총회에서도 '오늘의 화석상'을 수상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이 전력망 확충, 메탄 감축 서약에 동참하는 등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역량에 비해 노력이 부족하다"는 국제사회의 평가는 매섭다. 이에 내년에 제출해야 하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통해 확실한 탈탄소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한창이던 지난 18일 세계 기후환경단체 연대체 '기후행동네트워크'는 한국에 '오늘의 화석상 1위'를 수여했다. 한국이 매년 100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공적금융을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해 '탈탄소'를 방해한다는 게 수상 배경이다. 기후행동네트워크는 "BTS나 삼성, 코리안 바비큐가 한국을 트렌드 선도국으로 만들지 몰라도 화석연료 금융에서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COP28 때는 같은 상 3위에 올랐는데 올해는 더 심각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독일 비영리연구소 저먼워치와 뉴클라이밋연구소 등이 함께 발간하는 세계 64개국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도 한국은 63위로 낙제점을 면하지 못했다. '1.5도' 목표를 제대로 이행하는 나라가 아직 없다는 점에서 1~3위는 공란에 공식 순위가 4위부터 시작인데, 한국보다 뒤처진 나라는 산유국들이었다. 즉 한국은 비산유국 중 기후대응 꼴찌인 셈이다. 보고서는 파리협정에 부합하지 않는 NDC, 탈화석연료는커녕 도리어 동해 석유가스전을 신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 등을 주요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번 COP29에서 진전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한국은 당초 불참 분위기였던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에 폐막 예정일이던 22일 참여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력망(그리드) 확충에 나선다는 것이 서약의 핵심이다.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30% 이상 줄인다는 '유기성 폐기물 메탄 감축' 서약에도 의장국에 이어 두 번째로 서명했다.
그러나 이 정도 서약만으로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 제한'이라는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에 한국이 내년 2월 제출해야 할 2035NDC에서 보다 과감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행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2035NDC를 통해 한국이 선도적 모습을 보인다면 국제사회 신뢰 회복과 기후 리더십 강화를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5위 국가에 걸맞은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