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대북협상 실무자' 알렉스 웡 안보 요직 낙점... 북미대화 메시지 던졌나

입력
2024.11.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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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부보좌관에 북미 협상 담당한 웡 지명
트럼프, 예고대로 '김정은과 잘 지낼' 준비 하나
미 당국자는 '한국 핵무장론' 일축… "동맹 굳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기 행정부에서 북미정상회담 실무를 담당했던 알렉스 웡(44)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수석 부보좌관으로 지명했다. 북한에 비교적 우호적인 트럼프 당선자가 '북한통'으로 알려진 인사를 백악관 안보 요직에 낙점한 것은 북미 대화 의지 표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웡,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협상 도와줘"

트럼프 당선자는 22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웡 지명 사실을 밝혔다. 이어 "알렉스는 내 첫 임기 때 국무부에서 대북특별부대표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맡았다"며 "대북특별부대표로서 그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나의 정상회담 협상을 도왔다"고 소개했다.

웡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로서 대북 외교 실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그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후속 협상을 위해 한 달 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동행하기도 했다.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2019년 말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한 이후에는 대북특별부대표인 웡이 트럼프 1기 후반부 북미 협상 실무를 총괄했다.

11·5 대선 승리 후 주로 2기 행정부 장관급 인사를 발표하던 트럼프 당선자가 백악관 안보 참모 2인자 지명 사실까지 직접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과 접촉면이 많았던 인사를 국가안보부보좌관으로 낙점한 것 자체도 트럼프 당선자의 대북 대화 의지 표명일 수 있다.

특히 성명에서 1기 때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언급한 것도 눈에 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수차례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했고,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많은 핵무기를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 위원장이 21일 "미국과의 협상은 갈 데까지 가봤다"며 북미 비핵화 협상에 선을 긋는 첫 반응을 내놨지만, 이미 북미 간 물밑 줄다리기가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 당국자 "한국 핵무장론? 후폭풍까지 물어보라"

한편 핵무기 확산 방지를 담당하는 미국 당국자는 22일 한국의 '자체 핵무장' 여론은 후폭풍을 감안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알렉산드라 벨 국무부 군비통제·억제·안정(ADS) 부차관보는 이날 코리아소사이어티가 개최한 한미동맹 관련 콘퍼런스에서 '한국 국민 66%가 자체 핵 무장을 원한다'(6월 통일연구원 통일의식조사)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그 조사는 질문 방식에 의해 어느 정도 프레임이 짜여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만약 '자체적인 핵 프로그램을 추구할 경우 핵무기 확산금지조약(NPT) 공약 위배를 포함해 그런 결정에 따른 모든 후과(consequence)를 처리해야 하는데도 그것을 원하느냐'고 묻는다면 약간 다른 답변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경우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등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런 결과를 감안하고 여론조사를 한다면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벨 부차관보는 북핵 위협에 대해 "미국의 한국 방위 공약은 철통같이 굳건하다"며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신속하고 압도적인 대응이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자 집권으로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안보 분야에서는 놀라울 만큼 (기조가) 일관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 정권이 핵 공격을 하면 체제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내용이 트럼프 1기·조 바이든 정부 핵태세검토(NPR)에 동일하게 포함돼 있다고 부연했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