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국과의 문화 콘텐츠 분야 교류 활성화를 제안하고 나섰다. 한국인 비자 면제 조치를 내놓은 데 이어 양국 간 반목의 상징이었던 '한한령(한류 콘텐츠 유통 제한령) 완화'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한중관계 개선 기류를 더욱 빠르게 끌고 가는 모양새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전날 중국 상하이에서 쑨예리 중국 문화여유부장(장관)과 별도 양자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유 장관이 중국 정부 초청으로 '상하이 국제여유교역회'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양국 문화장관 회담은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쑨 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콘텐츠 분야에서 한국의 성공 사례를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문화·관광 분야 장관급 대화를 포함, 당국 간 교류 정례화 △박물관·미술관·도서관·극장 등 문화기관 간 교류 활성화 △기업 간 교류 심화를 제안했다.
이에 유 장관은 "앞으로 대중문화 분야에서 한중 합작 등을 통해 양국이 힘을 모으면 세계시장도 겨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내 한국 영화 상영이나 공연 등이 활발해진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한령 해제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중국은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허용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2017년 한한령을 내려 K콘텐츠의 중국 내 유통을 금지했다. "한한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현재까지도 한국 드라마·영화·게임 유통이나 한국 가수들의 공연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 양국 간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쑨 부장의 제안은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한국 정부의 계속된 요구에 사실상 '호응'한 것이어서 향후 '한한령 이완' 흐름으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일 한국을 포함한 9개국에 대해 '15일간 무비자 체류 허용'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22일엔 무비자 체류 기간을 30일로 확대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단했던 일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도 함께 복원했다. 외국인의 중국 방문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미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유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의 무비자 조치에 사의를 표시하고 "한국도 중국인의 한국 관광 편의를 높이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쑨 부장은 "상하이 국제여유교역회를 찾은 중국인들이 한국관에 줄을 선 모습을 보며 한국 관광에 대한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실감했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