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상에서 침몰한 '135금성호' 실종자 선원을 찾기 위해 구조 당국이 수중 그물을 제거하지 않고 선체를 수색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금성호가 사용했던 거대한 그물이 선박과 뒤엉켜 수중 수색에 걸림돌로 작용했으나 거센 조류에 꼬이면서 뭉쳐 수색 여건이 개선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주해양경찰청은 해경 중앙특수구조단, 국립수산과학기술원, 민간 구난업체, 금성호 선사 등과 회의를 열고 선사 측에서 고용한 민간 심해잠수사를 투입해 침몰한 '135금성호' 선체 내부에 진입, 실종자 수색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말했다. 이날 오전 현재 심해잠수사 9명은 잠수장비를 실은 구난업체 소속 바지선을 타고 사고 해역에서 대기 중이다. 서해·남해 먼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만큼 심해잠수사 투입 여부는 기상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해경 등은 당초 민간 심해잠수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투입 전 침몰한 135금성호 선체와 연결된 대형그물(길이 1,200m·폭 100m) 제거작업을 우선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그물을 제거하지 않고 선체 수색을 할 예정이다. 최근 바닷속 강한 조류 등의 영향으로 선체 주변에 길게 퍼져 있던 그물이 꽈배기 모양으로 꼬인 상태로 뭉쳐져, 그물을 제거하지 않고도 심해잠수사를 투입할 수 있는 수중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바지선에 설치된 수중이송장비 등을 이용해 심해잠수사를 수심 92m 해저에 침몰한 선체 주변으로 내려보낼 계획이다. 앞서 전날에도 민간 구난업체는 심해잠수사를 수심 80m 지점까지 투입시켜 그물 분포 상황 등을 점검했다.
해경은 심해잠수사들이 선체 내부 진입을 위한 개척통로를 확보하면, 생존 선원 진술 등을 토대로 침몰 당시 실종 선원들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조타실과 조리실 등을 우선적으로 수색할 계획이다. 사고 발생 직후 구조된 선원들은 어로장과 조리장 등 한국인 선원 2명이 선내 조타실과 조리실에 남아 있었다고 진술했었다.
해경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들이 침몰 선박 선내 수색작업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그물분포 등 수중환경도 달라졌기 때문에 그물제거작업 대신 곧바로 심해잠수사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며 “다만 침몰 선박 지점에 수심이 깊고, 조류도 강하게 흐르는 등 악조건이 많아 심해잠수사의 안전 등을 고려하면서 선내 진입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새벽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고등어를 잡던 부산 선적 대형 선망 어선 금성호가 침몰하면서 승선원 27명(한국인 16명, 인도네시아인 11명) 중 한국인 4명이 숨지고, 10명(한국인 8명, 인도네시아인 2명)이 실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