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최근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업인자문위원회(ABAC·APEC Business Advisory Council) 의장을 맡은 이유를 두고 사내에서 한 말이다. 내년 APEC 정상회의는 11월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다. 조 부회장은 11~13일(한국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ABAC 회의에서 ABAC 의장에 뽑혔다.
ABAC는 1996년 APEC 회의를 통해 만들어진 자문 기구로 21개 APEC 회원국이 선임한 60여 명의 민간기업 위원으로 꾸려진다. 이들은 역내 경제 교류 활성화를 위한 의견을 APEC에 참가하는 정상들에게 전달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25일 HS효성에 따르면 조 부회장이 이끌 2025 ABAC는 지역경제 통합, 지속가능성, 인공지능(AI)·디지털, 바이오·헬스케어 등 네 개 워킹그룹으로 나뉘어 활동한다.
조 부회장은 7월 큰형 조현준 회장의 효성그룹에서 7개 계열사(HS효성첨단소재,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HS효성홀딩스USA, HS효성더클래스, HS효성토요타, HS효성비나물류법인, 광주일보 등)와 1만 명 넘는 임직원을 이끌고 '독립'해 HS 효성이라는 새 집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ABAC 의장 역할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내년 ABAC 회의는 네 차례 열리는데 앞선 세 차례 회의 장소는 해외(2월 호주, 5월 인도네시아 혹은 베트남, 8월 캐나다)다. 11월 ABAC 회의는 한국에서 열리지만 위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건의문을 확정해 각국 정상에게 전달해야 하는 의장은 중책이다.
이런 ABAC는 HS효성의 사업 분야와 직접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조 부회장이 역할을 맡은 데는 할아버지 조홍제(1906~1984) 효성그룹 창업주, 3월 작고한 아버지 조석래 전 명예회장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조 창업주는 '산업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산업입국(産業立國) 정신으로 기업을 일궜다. 조 전 명예회장은 1987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 등을 맡았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도 민간외교관으로서 역할이 컸다고 한다.
내년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Summit) 의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의 부탁도 영향을 줬다는 후문이다. HS효성 측에 따르면 "최 회장 등 주변의 권유와 그동안 추구했던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한 끝에 ABAC 의장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HS효성이 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산업계 전체가 잘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이 같은 민간 외교가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 부회장은 "ABAC 의장으로서 경제인의 현안, 과제를 잘 토론하고 정리해 APEC 정상들에게 전달하겠다"며 "국제 교류와 협력이 긴밀해지는 시기에 지역 경제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