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시절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렸던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세 번째 기소 위기에 처했다. 이번에는 '쿠데타 시도 지휘' 혐의다. 2022년 대선에서 패하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선자(현 대통령)의 재집권을 막으려는 음모에 적극 가담했다는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그간 단편적으로 제기됐던 쿠데타 시도 의혹이 연방 수사기관에 의해 공식화되면서 브라질 정치권 혼란도 커지게 됐다.
21일(현지시간) 브라질 매체 G1, 미국 AP통신 등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경찰은 이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비롯한 37명이 2022년 '대선 패배 전복 쿠데타' 시도에 가담했다는 수사 결과 보고서를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 경찰은 룰라 대통령이 다시 취임한 지난해 1월부터 '대선 전복 시도' 사건을 수사해 왔다. 이번 보고서는 향후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을 위한 참고 자료로 쓰인다.
700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경찰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등이 "민주적 법치주의를 폭력적으로 폐지하려고 시도했다"고 적시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이 2022년 대선 패배 결과를 뒤엎기 위해 △군부·사법부 장악 △반대파 제거 △가짜뉴스 유포 등을 목표로 6개 조직을 운영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가담자 명단에는 보우소나루 정부(2019~2022년)에서 일했던 전직 국방·법무장관, 당시 여당(자유당)의 대표 등이 포함됐다.
특히 경찰은 "보우소나루는 룰라를 겨냥했던 독살 음모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2022년 10월 대선 직후, 브라질 군부가 계획했다가 실패한 '룰라 암살'(작전명 '녹색과 노란색 단검')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도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룰라 대통령 암살 계획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수사기관이 '보우소나루의 연루 혐의'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라고 G1은 짚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법적 문제의 극적인 확대"라고 평가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처벌 절차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는 이미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서 위조(3월) △외국 순방 귀국 때 보석류 밀반입 시도(7월) 등 재임 중 비위 행위로 두 차례에 걸쳐 '기소 권고'에 처해진 상태다. 또 지난해 1월 브라질 대통령궁·국회의사당·대법원 인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대선 불복 폭동을 부추겼다는 혐의로도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보우소나루가 내년 중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사법 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브라질 언론 인터뷰를 통해 "룰라 정부가 창의성을 발휘해 나를 비난한 것"이라고 비꼬며 향후 재판에서 '법적 전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