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유명 관광지 방비엥에서 외국인 관광객 5명이 메탄올 중독으로 추정되는 증상을 보이며 잇따라 사망했다. 생명은 유지하고 있지만 중태에 빠진 사람도 적지 않다. 라오스는 한국 배낭여행객들도 즐겨 찾는 장소인 만큼,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외무부는 20대 영국 여성이 라오스 여행 중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의 구체적인 신원과 사망 원인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영국 언론들은 변호사 시몬 화이트(28)가 메탄올을 포함한 술을 마신 뒤 숨졌고, 또 다른 영국인 6명도 비슷한 증세를 보여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방비엥 여행 중 한 호스텔 바에서 술을 마신 호주 여성 비앙카 존스(19)의 사망 사실을 이날 공개했다. 존스는 지난 12일 저녁, 자신이 머물던 호스텔의 바에서 칵테일을 마신 뒤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이튿날 라오스와 국경을 접한 태국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21일 목숨을 잃었다. 태국 당국은 “존스의 체내에서 고농도 메탄올이 발견됐고, 이 때문에 심각한 뇌 손상을 입어 숨졌다”고 확인했다. 동갑내기 친구인 다른 호주 여성은 생명 유지 장치에 의지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와 덴마크 외무부도 각각 자국민 1명과 2명이 최근 라오스 방비엥에서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구체적인 경위는 언급하지 않았다. 뉴질랜드 외교부는 자국민 한 명이 라오스에서 중태에 빠졌으며, 메탄올 중독 피해로 추정된다고 밝혀 희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라오스 당국은 피해자들이 마신 칵테일과 보드카 등에 메탄올이 들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메탄올은 공업용 알코올 중 하나로 고체연료, 부동액, 화학반응 용매, 폐수처리 촉진제 등으로 사용된다. 술의 주 성분인 에탄올과 냄새가 유사하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 물질로 분류된다. 메탄올이 체내에 들어가면 독성이 강한 포름알데히드와 포름산으로 변해 신경계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 급성중독 및 두통·현기증·구토·복통·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그러나 동남아시아·남아시아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에서는 술의 양을 늘리고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에탄올 대신 값이 저렴한 메탄올을 다른 음료에 불법 첨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사망 사건도 자주 발생한다.
올해 들어서도 인도(6월)와 태국(8월)에서 각각 64명과 6명이 메탄올 첨가 술을 마셨다가 목숨을 잃었다. BBC는 “메탄올 중독은 인도네시아, 인도,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발병률이 높다”고 전했다.
인명 피해가 잇따르자 라오스 주재 각국 대사관은 현지에 머무는 자국민에게 건강 위험 경보를 내렸다. 주라오스 미국대사관은 “허가받은 주류 매장, 호텔에서 알코올 음료를 구매하고 수제 음료는 피하라”며 “술병 라벨 인쇄 품질이 좋지 않은지, 철자가 잘못되거나 위·변조 흔적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약 150㎞ 떨어진 방비엥은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야외활동 종류가 다양해 세계 각국에서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배낭여행의 성지’로 불린다. 국내에서도 ‘꽃보다 청춘’ 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져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