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동안 한국의 원자력 안전규제 체계 전반을 짚어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원전 사업자가 안전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을 진다는 점을 법에 명확히 하라"고 권고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3개월 내에 정부로 전달될 수검보고서를 바탕으로 향후 이행 여부를 결정짓고, 필요하면 이행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IAEA 통합규제검토서비스(IRRS)를 위해 한국을 찾은 21명의 점검단은 22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진행한 점검 결과를 한국 기자단에 공개했다.
점검단은 우선 한국의 원자력 안전 수준이 높다는 총평을 내놓았다. 점검단장인 로라 듀즈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제2지역본부장은 "독립적인 규제기관과 성숙한 규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특히 원안위, KINS,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이 지역사무소 차원에서 긴밀히 협력하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자력안전법이 원전 사업자에게 안전에 대한 궁극적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점검단에 따르면 국내 원전의 안전 책임에 대해선 1994년 발간된 '원자력안전 정책성명'에만 "원자력 시설의 안전에 관한 궁극적 책임이 사업자에게 있다"고 언급돼 있다. 이에 안전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라고 점검단은 권고했다.
듀즈 단장은 "안전에 대한 근원적, 궁극적 책임이 누구인지 한국 법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며 "(IAEA는 법에) 이를 명시하라는 기준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자력 안전 관련 법의 일원화 △경영 시스템의 성숙 등도 짚었다. 듀즈 단장은 "안전 기준이 여러 법에 나뉘어 있어 하나로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IAEA의 권고나 제안은 이행을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원안위 관계자는 "보고서를 받아본 뒤 이행 계획을 세울 것이기 때문에 (개정)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안전 책임을) 법제화하는 것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점검단은 원안위와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규제 방안도 논의했다. 다만 한국이 현재 마련 중인 규제 방안을 놓고 적절성을 따지기보다 세계 규제기관들의 방향성을 살피는 정도에 그쳤다.
IRRS는 IAEA가 안전 기준을 바탕으로 회원국의 규제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권고·개선 사항을 도출하는 서비스로, 2006년 시작돼 70여 개국에서 진행됐다. 한국은 원안위 설립 전인 2011년 첫 점검을 받았고, 이번이 두 번째다. 점검단은 이번 수검 기간 동안 원전, 방사선원 보유시설,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을 둘러보고 관계자들과 면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