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돼 복역 중인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가 수사 과정에서 지인들 도움을 받아 도주한 혐의에 대해선 최종 무죄 판단을 받았다. 통상적인 방어권 행사 범위 안에 있는 행위였다는 게 법원 결론이다. 이들의 살인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인에겐 같은 날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씨와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파기환송심을 지난달 31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파기환송심 판단에 범인도피교사죄의 성립,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21년 12월 계곡 살인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지인 두 명에게 은신처와 자금 등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한 뒤 이들의 도움을 받아 잠적한 혐의로 기소됐다. 약 4개월 간 도주 생활을 이어가던 그들은 이듬해 4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 소재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1·2심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형법상 '가해자 자신을 위한 도피 행위'는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처벌하지 않지만, 일반적인 도피 범주를 벗어나 타인에게 허위 자백을 시키는 등 사법절차에 중대한 장해를 초래하는 경우는 '방어권 남용'으로 보고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근거였다.
대법원은 그러나 무죄 취지로 사건을 항소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120일간의 행적을 보면 두 사람의 행위는 통상적인 도피 범주 안에 드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였다. 이를 도운 지인들도 조직적 범죄단체를 갖추고 있다거나 도피를 위한 인적·물적 시설을 미리 구비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인천지법은 대법원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올해 7월 종전의 유죄 선고를 번복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이날 대법원은 두 사람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지인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도 확정했다. 당시 A씨가 먼저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본 피해자는 사실상 떠밀리듯이 다이빙했다 숨졌다. 1심에선 징역 5년이 나왔지만, 항소심에선 주범들의 선고형을 감안해 형이 무거워졌다.
한편 이씨와 내연남 조씨는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 윤모(당시 39세)씨를 물에 빠지도록 해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직접 살인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윤씨가 죽도록 내버려둔 점과 해당 범행 전에 복어 독 등을 이용해 윤씨를 살해하려 했던 살인미수 혐의 등이 유죄로 판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