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맷 게이츠 전 연방 하원의원이 21일(현지시간) 후보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의회 조사 대상에 오른 전력 등으로 부적격 논란이 빚어지고 의회 인준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내 인준 여부가 트럼프·밴스 정권 인수 중요 과업에 부당하게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불필요하게 장기화하는 워싱턴의 싸움으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나는 법무장관 고려 대상에서 내 이름을 철회하겠다”며 “트럼프의 법무부는 (정권) 출범 첫날부터 자리잡고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게이츠는 “트럼프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헌신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당선자)이 나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것을 영원히 영광으로 생각하겠다. 그가 미국을 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자도 사의를 수용했다. 게이츠의 사퇴 발표 뒤 트럼프 당선자는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게이츠가 법무장관 인준을 받기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 그는 매우 잘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자신이 매우 존중하는 행정부에 부담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며 “맷의 미래는 밝고 나는 그가 할 훌륭한 일을 모두 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요직에 지명된 인사 중 낙마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13일 게이츠 당시 하원의원을 차기 행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으로 지명했다. 그러나 곧바로 과거 미성년자 성매수 전력과 마약 남용 의혹 등이 제기되며 민주당은 물론 같은 공화당 내에서도 상원 인준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왔다. 해당 혐의로 1년 넘게 연방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아 온 게이츠는 법무장관으로 지명되자 즉각 의원직을 사퇴했다. 하원 윤리위의 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샀다.
이후 게이츠가 두 명의 여성에게 성관계 대가 등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1만 달러(약 1,400만 원) 이상을 송금했다는 언론 보도 등이 나오며 논란은 더 확산됐고, 공화당과 민주당은 하원 윤리위 조사 보고서 공개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게이츠의 법무장관 후보직 자진 사퇴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전날에도 그는 의회를 찾아 장관 인준 권한을 갖고 있는 상원의 공화당 소속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당선자도 법무장관 인선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CNN방송은 게이츠의 사퇴 배경과 관련, 그의 인준에 강력히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많고 윤리위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상원 인준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게이츠 사퇴에 대해 “적절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