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죄수의 딜레마'

입력
2024.11.22 16:30
18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주 극장가 흥행 1위는 ‘글래디에이터2’다. 로마 검투사를 다룬 이 영화의 원작 ‘글래디에이터’(2000)가 호평을 받았던 건 주인공 러셀 크로의 호연도 이유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크로의 또 다른 대표작은 ‘뷰티풀 마인드’(2001)다. 근육질의 용맹한 장군이자 검투사였던 크로가 소심하고 예민하면서 내성적인, 그리고 뭔가에 몰두하는 천재 수학자 존 내시(John Nash)의 모습을 탁월하게 보여줬다.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존 내시는 ‘죄수의 딜레마’로 상징되는 게임 이론의 창시자다. 게임이론을 통해 내시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논리를 깼다. ‘특정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면 사회 전체가 최선의 결과를 얻게 된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를 제시했다. 서로 격리된 두 죄수가 형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쓸 경우, 가장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준 것이다. 이 내용은 '2X2 박스'로 간단히 요약되기도 한다.

□이기적 결정이 '최선'이 아닌 '차선'의 결과에 머무는 걸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죄수의 딜레마는 약소국들이 강대국에 무너지는 논리도 제공한다. 중국 전국시대 7개국의 쟁패가 합종연횡(合從連橫) 과정을 거쳐 진(秦)의 통일로 이어진 것도 죄수의 딜레마로 설명된다. 진의 침략에 나머지 6개국이 연합해 대항하면(합종) 물리칠 수 있었건만, 각각의 나라가 진과의 개별 접촉을 통해 스스로의 이득만 확보하려 하는 바람에 모두 무너지고 말았다.

□대한민국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죄수의 딜레마’를 마주하고 있다. 우선 대한민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관세폭탄에 맞서려면 중국, 일본 등과 연합한 보복조치가 최선이지만, 이미 많은 국가들은 자국만 예외를 받으려 트럼프에게 각종 양보안를 제시할 태세다. 사법리스크가 본격화한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대북 송금과 대장동 재판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변심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 '죄수의 딜레마' 해법은 상호 신뢰를 바탕에 둔 협력인데, 냉혹한 국제사회와 이 대표 주변 인물들의 '염량세태'를 감안하면 기대 난망이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