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경영진에 150억 원대 부당 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기유(69)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재차 기각됐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의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후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또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김 전 의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건 지난달 4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19일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번에도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의장은 지난해 8월 부동산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지인 이모(65)씨의 부탁을 받고 그룹 계열사인 고려·예가람저축은행 이모(58) 대표에게 150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다른 은행 대출이 있어 추가 대출이 불가능했지만, 김 전 의장 요구대로 대출이 강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대출금을 차명계좌로 돌려받고 이 중 86억여 원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도 충분한 심사 없이 해당 업체에 대출을 실행하도록 한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태광그룹 외부 감사를 맡은 로펌으로부터 지난해 11월 김 전 의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후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1년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뒤 경영을 도맡아 왔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작년 8월 특별사면으로 출소하고 나서 김 전 의장은 비위 의혹을 이유로 회사로부터 해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