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이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해병 대령)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채 상병 사망사건'의 초동 조사 수사단장인 박 대령은 "조사 결과의 민간 경찰 이첩 보류 명령를 명확히 지시받은 적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군검찰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군의 기강을 담당하는 군사경찰 고위장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한 뒤, "군 전체의 기강에도 큰 악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항명죄를 규정한 군형법 제44조에서 전시 등을 제외한 '그 밖의 상황'에 적용되는 최고 형량을 제시한 것이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 19일 발생한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조사 결과 보고서를 같은 달 30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대면 보고했다. 이 전 장관은 보고서를 결재했다가 돌연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지만, 박 대령은 8월 2일 관련 서류를 관할인 경북경찰청에 인계했다. 군검찰은 이 과정에서 민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언론 발언 등을 통해 상관인 이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박 대령을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겼다.
박 대령은 그러나 항명 혐의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그는 이날 최후 변론을 통해서 "김 사령관은 이첩 보류 명령이 명시적이거나, 구체적이거나, 어떤 내용으로든 이첩 보류를 명령한 사실이 없다"며 "사건 이첩을 중단시킬 그런 명확한 의사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김 사령관이 이첩 보류 명령을 7월 31일부터 8월 1일까지 3회에 걸쳐서 했다고 하는데, 3회에 걸친 명령을 수명하지 않았는데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 자체가 명령이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이 전 장관에 대한 상관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군)검찰의 자의적이고 잘못된 입건이자 기소"라고 반박했다. 박 대령은 "처음엔 항명죄로 해오다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예비적 창구로 검찰이 상관명예훼손을 갖고 나왔다"며 "상관(이 전 장관)이 명예훼손당했다는 진술서 한 장 없는 경우가 어딨느냐"고 말했다. 이어 "장관의 명예를 훼손시킬 고의나 목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결심공판에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대거 방청했다. 마침 박 대령 생일이기도 해, 그의 어머니도 방청석에 자리를 함께했다. 박 대령을 응원하기 위해 온 해병대 예비역 연대, 현역 장병 부모 모임 등 시민들도 있었다. 100여 명이 방청할 수 있는 법정이 가득 차면서, 일부는 통로에 앉거나 서서 재판을 지켜봤다. 검찰의 징역 3년에는 방청석 곳곳에서 고성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박 대령에 대한 선고는 이르면 다음 달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