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사상 처음으로 '마일리지 특별기'를 띄운다.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앞두고 쌓인 마일리지를 1마일이라도 더 쓰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12월부터 제주 노선에서 보너스(마일리지) 좌석 우선 특별기를 6회 운항한다고 21일 밝혔다. 운항 기간은 다음 달 28일과 30일, 내년 1월 1일 총 사흘이다. 운항 노선은 김포∼제주 노선으로 일부 시간대에 마일리지로 먼저 발권할 수 있는 특별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 여객기는 김포공항에서 오후 1시 40분에 출발해 제주공항에 오후 2시 50분에 도착한다. 연말연시 여행객이 제주에 도착해 여행을 다니기 좋은 시간대란 설명이다. 제주발은 오전 11시 35분에 출발해 김포에 낮 12시 45분에 돌아온다.
투입되는 항공기는 에어버스 A220-300 기종이다. 일반석 140석으로 대한항공 운항 항공기 중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 때문에 마일리지 이용 승객만으로 예약이 조기 매진될 것으로 대한항공 측은 내다봤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특정 노선의 마일리지 좌석 이용 시 마일리지 사용 규모를 할인해주는 '보너스 핫픽' 서비스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최근 한국인 무비자 입국이 허가된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을 오가는 노선에서는 최대 5,000마일까지 할인을 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원래 3만 마일을 써야 하는 왕복 노선을 2만5,000마일만 쓰면 예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밖에 대한항공은 누적 마일리지와 현금을 함께 사용해 항공권을 살 수 있는 ‘캐시 앤 마일즈’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온라인에서 생활필수품·기념품 등을 살 수 있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몰에서는 특별 기획전 ‘스카이패스 딜’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마일리지몰 상품이 제한적이고 인기 상품은 금방 품절돼 마일리지를 제대로 털어낼 수 없다는 고객 불만도 컸다.
이같이 대한항공이 누적 마일리지 이용 촉진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이었던 유럽 4개 노선의 여객 부문 이관 요건이 충족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EC는 2월 양사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며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 여객 노선의 일부 슬롯(시간당 허용되는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에 이관하는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에 해당 노선을 넘겼다. 다만 EC가 제시한 선결 요건 가운데 화물 부문은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다. EC의 최종 승인이 나오면 마지막으로 남은 미국 법무부(DOJ)의 심사 결과를 끝으로 연내에 합병 절차가 끝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이 이뤄지면 두 회사 고객이 가진 마일리지가 회사 수익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9월 말 기준 이연수익은 각각 2조5,532억 원, 9,819억 원이다. 이연수익은 승객이 보유 중인 마일리지 금액만큼 수익으로 잡지 않고 놔둔 것으로 재무제표상 부채로 여겨진다. 앞서 대한항공은 2023년 3월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거리'로 변경한다는 개편안이 논란을 빚자 마일리지 좌석을 확대하는 안을 국토교통부에 보고했지만 국토부는 부정적으로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