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남양유업 일가' 비리도 수사한 검찰... 홍원식 전 회장 영장 청구 무게

입력
2024.11.22 08:00
홍 전 회장, 18·20일 두 차례 피의자 조사
200억 원대 횡령 등에 '불가리스 사태' 혐의
두 아들도 법카·차량 유용 혐의로 조사받아

과거 남양유업의 각종 경영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재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의 200억 원대 횡령·배임수재 혐의는 물론, 가족의 회삿돈 유용 의혹까지 상당부분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회장에 대한 피의자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검찰은 홍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김용식)는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수재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홍 전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18일에 이은 두 번째 소환조사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의 혐의 내용이 방대한 점, 그가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해 두 차례로 나눠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회장은 유령 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거두거나, 하청업체에 사업 수주를 대가로 뒷돈을 받는 등 회장 지위를 이용해 개인적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개인 해외여행에 든 비용을 회삿돈으로 처리하거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 등도 있다. 앞서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을 고소하면서 횡령 및 배임수재 액수를 약 201억 원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홍 전 회장 개인의 경영비리 외에도 옛 남양유업을 둘러싼 의혹 전반을 살펴본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검찰은 남양유업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21년 '불가리스 사태'를 사실상 홍 전 회장이 주도하고도 '휴대폰을 없애라'고 지시하는 등 이를 은폐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가리스 사태는 남양유업 유제품 불가리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연구결과를 허위 홍보한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해 12월 이광범 전 대표 등만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는데, 이번 수사를 통해 홍 전 회장의 관여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검찰은 홍 전 회장 일가의 회삿돈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홍 전 회장의 두 아들인 홍진석·홍범석 전 상무를 배임 등 혐의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남양유업 근무 당시 법인카드와 회사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해 논란을 빚은 뒤 검찰에 고발됐다.

이 사건 수사는 경영권이 바뀐 남양유업 측이 8월 홍 전 회장 등을 횡령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본격화했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포함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법인카드 유용 등 일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배임수재 등 주요 혐의는 부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선 증거인멸 교사 혐의까지 적용된 만큼 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와의 경영권 분쟁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음에도 관련 내용으로 사기 혐의 고소를 진행한 점도 홍 전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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